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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달리기? 등산? 스키점프대 역주행 대회를 아시나요?

등록 2019-09-04 20:00수정 2019-09-04 20:09



9월28일 평창 스키점프대에서 열리는 이색 달리기대회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대회 국내에서도 열려
하체 근력 중요하지만, 결승점 갈수록 상체 힘도 필요
“훈련도 정말 힘들지만, 성취감 느끼고자 도전”
지난해 5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레드불 400. 사진 레드불 제공
지난해 5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레드불 400. 사진 레드불 제공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점프 종목은 존재 자체로 신선했다.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대, 그리고 그 위를 타고 내려오다 새처럼 날아오르는 스키점프 선수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축제가 끝나자 스키점프대는 그 존재 의미를 잃는 듯싶었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스키점프대가 부활한다. 달리기 경연장으로.

“스키점프대? 왜 내려오기만 할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안 될까?”

모든 것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의 전 국가대표 육상 선수인 앤드레아스 베르게가 스키점프대 옆을 지나면서 떠올린 질문이었다.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면 다소 황량해 보이는 스키점프대가 새 생명을 얻은 순간이다. 앤드레아스 베르게는 스키점프대 역주행 달리기 아이디어를 갖고 에너지 음료 브랜드인 레드불(Redbull)을 찾아갔다.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브랜드는 온갖 도전을 지지하고, 실현하는 데 부지런하다. (2012년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39㎞ 상공에서 자유낙하를 했는데, 이 역시 레드불의 프로젝트였다) 앤드레아스 베르게의 엉뚱한 아이디어를 마다할 레드불이 아니었다. 그렇게 2011년 세계 최초로 오스트리아에서 스키점프대 역주행 대회 ‘레드불 400’이 열렸다. 이후 이 대회는 러너들의 주목을 받으며 지금까지 총73회 개최되는 등 세계적인 이색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오는 9월28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국내 첫 레드불 400(400은 스키점프대 달리기 구간이 400m인 데서 따온 것이다)이 열린다. 한국은 이 대회가 열리는 18번째 나라다.

레드불 400은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달리는 대회다. 사진 레드불 제공
레드불 400은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달리는 대회다. 사진 레드불 제공
국내에서는 일반 마라톤이 아닌 이색 달리기대회가 많지 않은 터라, 레드불 400이 열린다는 사실을 접하고 도전 의식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레드불 400은 누구나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전 의식과 모험심만으로 이 경기에 나서는 건 망설여진다. 스키점프대 꼭대기의 급경사를 보면 도전 의식은 잦아들고,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대회가 열리는 9월28일까지는 약 3주의 시간이 남았다. 속성 준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테다. 그래서 레드불 400 참가자들을 위해 매주 열리고 있는 트레이닝 캠프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크로스핏 체육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선 매달 마지막 주를 제외하고 매주 일요일 레드불 400 트레이닝 캠프가 열린다. 스키점프대 역주행 달리기대회 참여에 앞서 훈련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매주 40여명 모인다. 이 캠프를 운영하고, 지도하고 있는 스티브 홍(홍순범) 코치를 만났다.

레드불 400 트레이닝 캠프의 스티브 홍 코치가 이정연 기자에게 하체 근력 단련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레드불 제공
레드불 400 트레이닝 캠프의 스티브 홍 코치가 이정연 기자에게 하체 근력 단련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레드불 제공
“스키점프대를 역주행하기 위해서는 달리기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체와 상체의 근력을 고루 갖추는 게 중요하다.” 홍 코치는 트레이닝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달리기, 하체 근력을 끌어 올리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지 않다. 홍 코치는 “스키점프대 최상부의 경사도는 70% 이상이다. 그 구간에서는 다리 힘뿐만 아니라 몸 중심부(코어) 근육과 함께 경사지에 매달린 몸을 끌어당길 수 있는 상체 근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사가 급해질수록 중력을 거스르고, 자신의 체중을 이겨내는 힘이 중요해진다.

스티브 홍 코치는 안전을 위해서 3주간이라도 고강도 운동으로 훈련한 후 레드불 400에 나갈 것을 추천한다. 일반 근력 훈련과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 발만 쓰는 하체 근력 운동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 근력 운동은 양발을 디딘 채 하지만, 달리기는 한 발에 체중을 싣게 된다는 점에 착안해 운동 프로그램을 짠 것”이라고 홍 코치는 말했다. 그는 “운동 전에는 고관절(엉덩이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동작을 꼭 해야 한다. 더불어 허벅지와 종아리의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고 안내했다. 본 운동은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살짝 더 넓게 벌리고 선 뒤 고관절과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한쪽 발을 앞뒤로 놓는 운동으로 시작했다. 간단한 동작인데, 막상 하면 간단하지가 않다. 발의 움직임을 빨리하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들어가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몸 전체의 근력 단련을 위해서는 케틀벨(주전자 모양의 쇠로 된 운동기구)을 활용한다. 2년 넘게 케틀벨을 활용한 운동을 해온 기자에게는 익숙한 도구인데, 한 발로 서서 하는 훈련은 낯설다. 상체 근력 훈련을 위해서는 철봉 매달리기, 플랭크 자세를 한 채 고무 밴드 당기기 등을 한다. 스티브 홍 코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싶을 때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마무리를 하고,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는 스트레칭으로 훈련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 남산공원 입구부터 서울타워까지 난 길에서 오르막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레드불 제공
서울 남산공원 입구부터 서울타워까지 난 길에서 오르막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레드불 제공
몸 전체의 근력을 기르는 훈련과 함께 실전에 가까운 오르막 달리기로 레드불 400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일 서울 남산공원 입구에 4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스키점프대 달리기 참가자들을 위해 레드불은 한 달에 한 번 오르막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은 대회 전 마지막 실전 오르막 달리기 훈련이 있던 날이었다. 기자도 함께 달렸다. 남산공원 입구에서 남산타워까지 1.5㎞ 구간을 뛰었다. 경사는 그리 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철회했다. 200m도 뛰지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만만해 보였던 1.5㎞ 거리. 흡사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거리였다. 한가롭게 오르막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잠깐 뛰기를 포기하고 걸었다. 기자보다 1분 늦게 출발한 사람들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앞지른 사람들을 보고 이를 악물었지만, 턱만 아프다. 겨우 15분11초 만에 완주했다.

“중간중간 죽을 것 같기는 했는데, 참고 뛰어야 기록이 잘 나올 거 같았다.” 기자를 앞질러 간 사람 중 한 명인 윤정임(27)씨는 말했다. 그는 오르막 달리기 실전 훈련에 처음 참여했다. 그런데 단숨에 12분대의 기록을 달성했다. 달리기 경력이 오래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는 “달리기는 올해 처음 시작했다. 오늘 뛸 때는 경사가 가파를 때는 빨리 걷고, 완만할 때는 뛰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훈련 초반부터 힘을 쓴 게 머리에 스치면서, 윤씨가 대회에 나가 거둘 성적이 궁금해졌다.

레드불 400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한 지난 6월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훈련에 참여한 김범(29)씨는 10분대의 기록을 세웠다. “맨 처음 달리기 훈련 때 기록은 13분대였다”고 김씨는 멋쩍게 웃었다. 회사원인 김씨는 어렸을 적 단거리 육상 선수였다. 그런 그에게 스키점프대 달리기는 설레는 도전이다. 김씨는 “지난해 이 대회가 국외에서 열리는 걸 알았다. 이색적인 달리기대회는 국내에 많지 않은데, 한국에서 레드불 400이 처음으로 열린다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육상 선수 출신에, 훈련 프로그램을 전부 경험해 본 김씨가 예상하는 스키점프대 달리기는 어떤 것일까? “출전해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는 기록이 아니다. 전 구간에 걸쳐 멈추지 않고 결승점까지 가는 게 목표다. 스키점프대 역주행은 완전히 새로운, 다른 종목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달리기도 아니고, 등반도 아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 참가한다면 뒷산 오르막 50m라도 뛰어 보는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레드불 400은 경사도 70% 안팎의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달려 기록 경쟁을 한다. 사진 레드불 제공
레드불 400은 경사도 70% 안팎의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달려 기록 경쟁을 한다. 사진 레드불 제공
국내 첫 레드불 400 대회 참가 신청은 아직 진행 중이다. 대회 공식 누리집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남녀 개인전, 남성·혼성 이어달리기 부문으로 진행한다. 번외 경기로는 소방관 이어달리기 경기가 열린다. 남녀 개인전 최종 우승자에게는 내년 4월에 열리는 ‘2020 레드불 400 핀란드 대회 진출권’과 함께 항공권 및 숙박비 등을 준다. 레드불은 “레드불 400 참가자와 관객을 위해 대회 당일 요가와 근력 운동 교실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회 날까지는 20여일 남았는데, 현재 신청인은 450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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