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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전남편 미워하는 채로 다른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요?

등록 2019-12-25 20:36수정 2019-12-26 02:39

곽정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

Q1 급히 결혼했지만 파경에 이른 결혼
새로운 연애 시작했지만 분노는 가시지 않아
A1 불안함을 해결하려다 실수한 당신
다른 사랑 고민에 앞서 자신의 마음 돌아보길

Q2 연인이 다른 남자와 집에 있는 걸 목격해
상대방의 말 믿고 싶지만 불안은 커져
A2 힘들더라도 이런 식의 관계는 끊어야
손에 쥔 뜨거운 것을 당신의 의지로 내려놓길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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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저는 26살 여자입니다. 지난해 초 결혼했고, 그해 9월에 이혼했습니다. 그는 저보다 8살 많았고,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처음엔 호감이 안 생겼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만났고, 그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결혼까지 초스피드로 했지요. 그런데 처음엔 잘해주던 남편이 속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겁니다. 시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돕게 했죠. 스트레스로 유산도 했어요. 시어머니는 “너한테 귀신이 씌었다”는 등 입에 담지 못할 말도 했어요. 바람을 피운 정황도 발견했지만, 남편이 떠날까 걱정이 됐죠. 시어머니의 남동생은 깡패입니다. 제 상식으로 말도 안 되는 여성관을 가진 이였지요. 결국 우린 서로 치고받는 부부싸움을 했고, 경찰서까지 갔어요. 이후 남편과 화해하길 원했지만, 결국 우린 헤어졌어요. 두 달 동안 우울하게 지내다가 정신 차려 컴퓨터학원도 다니고 취직도 했어요. 학원에서 한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있는데, 고민이 됩니다. 그는 따뜻하고 바른 사람입니다. 아직도 저는 전남편을 포함해 전 시댁 식구들이 밉고 억울하고 분해 웁니다. 전 남편과의 결혼을 허락한 부모님도 밉습니다. 매일 전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지내요. 이런 상황에서 그 남자와 사랑을 주고받아도 될까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언젠가 나를 괴롭히다 떠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통스러운 결혼을 잊지 못한 여자

A1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서도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입니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도 날로 줄어들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요.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 호감이 크지도 않았던 사람이 그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이유로 결혼을 감행한 그즈음,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것 같아 이 질문을 듣는 것만으로 힘든 감정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당신이 따뜻하고 바른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인연들에 대해 미움을 놓지 못하고 있고, 또한 지금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혼이 남긴 상처는, 당신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당신이 실제로 경험한 상황이 너무 힘든 것이었고, 그래서 겨우 1년 남짓 지나서는 잊히지 않은 사건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이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예전 생각을 애써 떠올리려고 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면 예전의 기억이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어떤 기억도 예전만큼 또렷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당신이 애초에 그 결혼을 결정하게 됐던 당신의 마음속 어떤 것, 그것이 여전히 당신의 인생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이 부분을 통찰하는 것이, 당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당신이 했던 결정을 바라보면, 너무도 안타까운 결정들이 선명하게 수면 위로 떠올라 보입니다. 확신이 생기기도 전에 결혼을 결정하고, 바람을 피운 남자인데도 떠날까 봐 걱정을 했던 일들은 자기 인생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를 때 일어나는 일이죠. 내가 좋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내 인생이 마냥 불안해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손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더 불안하고 험난한 길로 끌고 갑니다. 저도 그런 결정을 해보았기에, 누구보다 당신의 그 후회스러운 선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불안했고 그 불안을 성급히 해결하려다 실수를 했던 것이라는 것을요.

새로운 사랑이요, 당연히 해도 됩니다. 하지만 당신이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은 적이 없는 채로 선택한 이 남자가, 정말 당신의 좋은 짝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따뜻하고 바른 사람’이요. 결혼했던 남자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그때 그 사람도 당신에게는 나름 따뜻하고 바른 사람이지 않았을까요? 내가 내렸던 석연치 않은 결정에는, 나도 어쩌지 못했던 내 마음속의 심리적 작용이 존재합니다. 사랑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당신의 마음속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중요한 건 이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할지 말지가 아니니까요. 100명을 만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내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한 적 없다면 말이에요. 곽정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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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제 나이는 33살입니다. 여자 친구는 22살이죠. 11살 나이 차이가 나고, 사회 초년생이라서 돈이 없는 걸 알고 사귀기 시작했죠. 여자친구가 돈이 없을 때는 용돈도 보내주고 했어요. 참고로 여자친구는 원룸은 얻어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집에 해 먹을 것이 떨어졌다기에 몰래 장을 봐 여자친구 자취방에 갔습니다. 근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여자친구와 한 남자였어요. 여자친구는 자고 있더군요. 그 집에 더 있기가 싫어서 나왔고, 10시간 뒤에나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오해하지 말라”고 말이죠. 그냥 십년지기 친한 오빠일 뿐이라는 겁니다. 예전에 여자한테 크게 당해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말을 믿고 싶었어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다시 만났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남사친’(남사 사람 친구)도 많잖아요. 여자친구의 말이 진실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여자친구와 연락이 잘 안 되고 “집에 오지 말라”는 겁니다. 저도 상황이 악화하여 불안 증세가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은 남자

A2 누가 봐도 당신에게는 진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인데, 그런데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심지어 당신은 예전에도 이런 식의 관계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도 생겼는데요. 진실하지도 않고, 당신을 계속 불안에 시달리게 하는 관계라면 마땅히 내려놓아야 하겠지만, 당신은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일단 그 사람과의 관계는 힘들더라도 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신을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 절대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죠. 이쪽에선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저쪽에선 그저 상대를 이용하는 관계는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물론 내가 선택한 사람의 말이니 믿고 싶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관계를 지속시켜봐야 얻을 것은 더 뼈아픈 상처뿐이죠. 당사자는 당신에게 신뢰를 회복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도 정신과를 다니면서까지 지속해야 할 연애 관계라는 것이, 당신에게 이로운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요? 애초에 불안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나의 불안을 더 자극하는 사람을 선택하곤 하지요. 그것을 일컬어 ‘인생의 덫’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여자에게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피해자였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 관계 또한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채로는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키기 힘들겠죠. 뜨거운 것을 스스로 손에 쥐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당신의 모습이 이와 비슷합니다. 부디 손안에 뜨거운 것을 내려놓으세요. 뜨거운 것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시고, 그것을 내 의지로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곽정은 작가

※ 사랑, 섹스, 연애, 인간관계 등 상담이 필요한 분은 사연을 보내주세요. 곽 작가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보낼 곳 es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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