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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2020 음식 동향 예측

등록 2019-12-26 09:15수정 2019-12-26 20:51

마이클 부스의 먹는 인류

SNS 발달로 자꾸 바뀌는 음식 트렌드
2020년 뜰 10가지 먹거리 동향 소개

소셜미디어 덕분에 요식업계는 어디에 장단을 맞출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하루는 생크림 위에 형형색색으로 뿌려 먹는 ‘레인보 스프링클’이 화제가 되고, 그 이튿날엔 콩이나 곡류에 채소를 섞어 만든 채식주의자의 소시지 이야기만 해댄다. 그러니 2020년에는 어떤 음식들이 대세를 차지하게 될지 무슨 수로 예측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대한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최대한 단정하지 않는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 트렌드가 될지 살펴볼 팁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클린 먹거리’와 채식주의는 대세
제주 당유자 같은 아시안 시트러스도

클린 먹거리(Clean eating)

가공처리를 심하게 한 음식이 건강 문제를 유발하고 조기 사망으로 직결된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으니 이제는 ‘클린 먹거리’를 먹을 차례다. 갓 따낸 과일이나 채소, 며칠 이내로 잘 숙성시킨 신선한 고기,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뽑기 위해 무리하게 방부제를 넣은 것들이 아닌, 가공처리 하지 않은 유기농 통음식들. 설탕, 농약, 보존제 및 각종 화학물질을 될 수 있는 한 멀리한 것. 요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틈새 다이어트 방법이기도 하다.

온전한 채식주의(veganism)

온전한 채식주의를 패스트푸드로도 만나볼 수 있다. 닭고기가 빠진 케이에프시(KFC)버거, 소고기가 생략된 버거킹 와퍼를 상상해보라. 일부 사람들은 위해 만들어졌던 채식주의 식품은 고기 및 유제품 프리 상품들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눈덩이처럼 덩치를 키워가다가 이제는 슈퍼마켓 선반에 제품의 형태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이제 남은 것은 패스트푸드로 만나는 채식 음식 제품이다. 도미노피자에서는 햄과 치즈를 넣지 않은 풍성한 피자 메뉴를 개발했다. 햄과 치즈 대신 버섯, 토마토, 피망 등 채소를 수북하게 올려놓았다. 맥도널드 같은 체인점은 메뉴에 하나나 둘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을 끼워 넣어 구색을 갖추는 게 아니라 전체 메뉴를 채식으로 바꾼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안 시트러스(Asian citrus)

아시안 시트러스가 세계를 정복할 것이다. 유자는 이미 몇 년 전 주방을 정복한 후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해왔다. 제주도 서귀포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감기에 걸렸을 때 차로 만들어 마셨다는 당유자(댕유자) 같은 과일이나 맛이 시어 초귤(酢橘)로 불리는 일본의 스다치와 슈거너츠 종류, 중국 푸젠성에서 나오는 즙이 많고 새콤하고 단 루간(芦柑) 등이 그 맛의 복잡미묘함과 달콤함과 용도의 다재다능함에 있어서 유자와 동등한 대접을 받으며 데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퓨전 인터내셔널리즘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쳤던 북유럽 열풍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지역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런데 셰프들이 우리를 배신했다. 한때 이 방식으로 스스로를 규정지었던 셰프들이 이제 그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 노마처럼 북유럽식 음식 운동의 개척자였던 곳조차 시트러스 과일이나 꽈리고추처럼 생긴 ‘페드론 페퍼’ 같은 외국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꼭 필요한 재료, 반드시 넣어야 하는 재료에 국경이 어디 있겠는가.

설탕은 담배 같은 대접 받을 것, 한국은 나트륨이 더 문제
음식물 쓰레기와 과도한 식품 포장재 해결책 나올 터

새로운 담배, 설탕

몇몇 국가에서 최근 설탕 소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추세이며 역풍이 줄지 않을 기세라 미래엔 설탕이 담배처럼 독극물로 간주될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서양 국가들에 견줘 설탕 소비량이 매우 적은 거로 안다. 아마 한국은 나트륨 섭취를 대폭 줄이는 게 음식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프랑스 요리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는 한국 요리, 멕시칸 요리, 심지어 스칸디나비아 요리 등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제 전통 프랑스 요리의 풍부한 유산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 ‘블랑켓 드 보’(Blanquette de veau)는 프랑스의 부활절 요리로 연한 송아지고기에 밀가루를 입혀 기름을 두르지 않은 냄비에 익힌 후 고기가 잠길 만큼의 물을 부은 다음 마늘과 고기, 달걀을 넣고 익힌 음식이다. 화이트소스를 듬뿍 넣은 송아지고기 스튜를 내게 다시 가져와 달라!

오로지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뿐!

기억하는가, 2~3년 전부터 갑자기 모든 사람이 이탈리아 식전주인 아페롤 스프리츠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렇게 된 건 아페롤 스프리츠를 만들어내는 캄파리그룹의 훌륭한 마케팅 전략 덕분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탈리아에서는 캄파리에서 나온 스프리츠도 마시고 신자노에서 나온 스프리츠도 마시고 셀렉트, 치나, 그 외에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스프리츠를 마신다. 다른 스프리츠들도 이른 시일 내에 당신이 즐겨 방문하는 바에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판단 잎’(Pandan Leaf)

‘판단 잎’이 레몬그라스와 맛차(matcha)를 대체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판단 잎은 풍미가 풍부하고 풀 맛도 거의 나지 않으면서 바닐라 향이 풍기는 달콤한 식자재다. 게다가 재스민 향도 나고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연두색이다. 코코넛밀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판단 잎이 기후 변화 따위로 인해 수확량이 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음식물 쓰레기

우리는 우리가 생산하는 음식의 3분의 1을 낭비한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변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를 정치 어젠다로 설정하고 신경 써서 다뤄야 할 이슈로 높은 랭킹을 매기고 있다. 정부는 레스토랑과 상점에서 음식을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시도하고 있다. 대신 자선 기부를 하라고 주장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음식물을 다른 생명체와 나눌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포장재

슈퍼마켓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난 늘 내가 버려야 하는 어마어마한 포장재 쓰레기의 양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음식물 쓰레기처럼 각국의 정부들은 적어도 이 음식을 싸느라 사용되는 비닐 포장재의 쇼킹한 양에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말한 이 모든 예측이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2020년에 갑자기 땅돼지 샌드위치나 우간다의 오이 팬케이크가 히트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는 것이, 이런 음식들이 유행한다고 해도 곧 다른 유행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글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 일러스트 이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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