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가장 강력한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였으며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그해 ‘올해의 인물’이었고(최연소 기록)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케이 팝 걸그룹과 보이그룹 멤버들은 빼고) 16살일 것이다.
우리는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안다. 툰베리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상쇄할 수 있는 조치를 세워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2019년 9월께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참고로 <타임>에서 선정한 최초의 ‘올해의 인물’은 1927년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였다. 우리는 그레타 툰베리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스웨덴 환경운동가는 삼시 세끼로 무엇을 먹을까?
툰베리는 이미 공개적으로 비건(vegan·채식주의자)식을 추천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툰베리의 아침 식탁에 우유도, 치즈도, 베이컨도 올라가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점심에 고기가 든 만두를 먹을 일도 없을 거라고 보며 저녁에 불고기는 절대(!)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툰베리는 목축이야말로 인류가 일으킨 심각한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당장 우리의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종말이 임박할 것이라고, 이 기후변화야말로 지구상에 있었던 다섯 번 대멸종에 버금가는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UN)도 툰베리와 같은 생각이다. 유엔 소속 국제기구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 ‘축산에 따른 기후변화에 태클 걸기’(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는 일은 지구 온실가스 방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모든 운송 활동을 합한 것보다 비중이 높다고 한다. (목축업은 14~18%로, 13.5%인 운송업에 견줘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어린 스웨덴인은 비건식을 하면 땅, 물, 에너지 등 지구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고, 목축업이야말로 메탄가스를 방출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부모를 설득해서 비건식으로 바꿨다. 이제 이 소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참하라고 말하려는 참이다. 동물복지와 도축 과정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문제에 대한 논쟁도 필요 없었다. 여러 활동을 통해 툰베리는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
툰베리의 주장은 아마 일부 한국인에게는 그리 반갑지 못한 뉴스가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고기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 것 같다. 올해 한국어판으로도 나올 새 책을 완성하기 위해 근년에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는데, 전국 방방곡곡 맛집들 메뉴판에 고기가 빠진 것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엄격한 채식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만만치 않은 반론도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에서 최근 농경 전문가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인이 갑자기 고기를 먹지 않는, 전 지구적 규모의 갑작스러운 식단 변화가 일어난다면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대재앙에 가까운 손실을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소를 먹이느라 문제가 되지 않았던 곡류와 풀들이 하루아침에 처리해야 할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로 둔갑해버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말 많은 사람이 생계를 잃게 된다. 일부 영양학자들은 건강 유지 면에서 볼 때 비건식은 수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유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이 때로 영양 보충을 위해서 다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비타민제를 먹는 일을 떠올려보자.
난 그레타 툰베리의 사생팬이자 열렬한 옹호자다. 툰베리는 ‘최강’으로 인상 깊은 청년이고, 이 세상은 그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2018년 툰베리가 스웨덴 의회에 나타나 고고하게 이 세상을 향해 외치기 시작한 때부터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나는 툰베리가 그 자신도 인정한 일부러 더 극으로 치닫는 극단주의보다는 살짝 온건한 방식을 택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대다수 사람처럼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아마 고기를 끊지 못할 것이다. 또 난 아주 적은 양이라도 고기를 섭취해야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아가 나는 고기도 우리 농경 시스템에서 지속가능한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코펜하겐에서 열린 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지형학 전공자로서 토양 전문가인 워싱턴 대학의 데이비드 알(R). 몽고메리 교수의 강의였는데, 몽고메리 교수는 확신에 찬 어조로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술 더 떴다. 방목으로 기르는 소들을 포함해 농경혼합체는 오히려 환경에 이로울 수 있다고 피력했다.
내가 보기에, 그 비결의 핵심은 우리 생애 전체에 걸쳐 될 수 있는 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고기를 조금 덜 먹는 것, 먹을 고기를 선택할 때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길렀는지를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닭을 풀어 길렀는지, 닭에 곡류나 콩을 먹이지는 않았는지, 이 닭들이 다양한 채소와 식물들을 쪼아 먹고 자랐는지 등등을 말이다.
물론 우리는 풀때기를 좀 더 먹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되도록 많은, 다양한 채소를 섭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선을 좀 더 섭취해야 한다. 물론 이때 먹는 생선도 지속가능한 종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한테 갑자기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요구한다면 설득력도 떨어지는 데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사실 나는 오히려 사람들을 반대편 극단주의자들 뒤에 숨게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본다. 대신에 훨씬 적은 양만 먹어도 더 건강하고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어떨까? 더 맛있고 더 건강해지는데, 먹고 나서 탄소 발자국이 줄어든다면? 이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지 않을까.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