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결혼 때문에 몇 년간 속앓이를 하는 36살 여성입니다. 남자친구와 3년 연애했는데, 우리는 지금 결혼을 정말 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서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관계입니다. 문제는 제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한다는 점입니다. 남자친구 얼굴도 보지 않고 무작정 반대만 하시는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6남매 중 막내란 점, 누나가 4명이나 되는 점, 농사짓는 사돈 등이 싫다는 겁니다. 남자친구의 체육 관련 직업도 마음에 안 들어 합니다. 조건만 따지는 부모님께 실망했어요. 그의 가족을 만나보니 화목한 집안 분위기에서 사랑받고 자란 모습이 오히려 좋았으니까요. 엄마는 지금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계세요. 심한 단계여서 집 밖은 아예 못 나가세요. 엄마의 건강이 우선인지라 결혼 이야기는 일단 미루기로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으셨어요. 공황장애가 기약 없는 병이라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결혼 얘기를 꺼냈더니 부모님은 ‘지금 결혼할 상황이냐’며 불같이 화내셨어요. 엄마가 나아질 때, 부모님이 허락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남자친구 부모님께 죄송한 상황입니다. 가족과는 대화 자체가 어려워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묵묵히 옆에서 저를 다독여 주는 남자친구에게 한없이 미안해요. 딸을 위하시는 건지, 본인들의 사위 기대치를 굽히기 싫으신 건지 이제 헷갈려요.
결혼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있는 여자
A1 부모의 결혼 반대로 인해 고통을 겪고 계시군요. 물론 많이 힘드시겠지만, 이것을 생각해보세요. ‘이런 일은 결혼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더러 일어나는 일이야’라는 것을요. 자신이 원해서 하는 직장생활이라고 해도, 그 안에 힘듦과 고통이 존재하지 않나요. 당신이 원해서 하려는 결혼이지만, 그것을 진행하는 일에 힘듦과 고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반대는, 당신이 행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더불어 경험하게 된 ‘힘든 상황’일 뿐이지요. 넓게 보면 그런 일입니다.
자 지금까지 ‘힘든 상황’에 대처하는 당신의 방법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온몸으로 부딪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었나요? 적절히 타협하고 절충안을 찾는 것이었을까요? 나의 만족보다는 타인의 만족을 먼저 배려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아무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결국은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만 합니다. 이 결혼에 대해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의 문제는, 당신이 자신의 인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이번에 하는 선택은, 당신의 인생에 꽤 상징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입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딸의 행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은 아마도 꽤 다른 모습일 겁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과 만난다면 부모님은 행복하시겠죠. 하지만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당신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습니까? 부모님의 불안과 반대는 거기서 기인할 것이고요. 이제라도 부모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모님의 불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들어드리는 시간을 가지세요. 부모님의 분노와 반대는 그저 ‘탐탁지 않은 조건’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결혼에 대한 선택지만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부족했던 대화를 찬찬히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부모님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화의 물꼬가 조금이라도 트인 후에, 남자친구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어보세요. 도저히 안 된다면, 그때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를 하는 것도 불사해야 하지 않겠어요?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부모님에게 미안해할 일은 아닙니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대신 그럴 에너지를 아껴 나의 부모를 좀 더 이해하고, 설득하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과 사랑에 관해 설명하고 맞서 투쟁하고 싸울 용기를 마련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며 살다가, 지금부터는 남편과 시가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며 사는 삶으로 향하는 것은 곤란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적습니다. ‘화목한 집안 분위기에서 사랑받고 자랐다’는 평가는 정말 확실한 것이 맞나요? 결혼 전 몇 번 본 것으로는 이 부분을 정확히 감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또한 자신의 가족에게서 생겨난 정서적 갈증은 때로 우리가 결혼에 대해 섣부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기도 해요.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고 어렵게 이룬 결혼에서 당신이 기대한 핵심적인 장점이 당신을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신중해지시기를 권합니다.
곽정은 작가
Q2 제 동료가 고민 상담을 해와 몇 자 적습니다. 제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요. 제 동료는 팀장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중간 간부랍니다. 제가 있는 팀은 모두 여성인데, 그 팀엔 최근 입사한 20대 젊은 남자 사원이 있어요. 제 동료는 그 친구에게 잘해주려고 했답니다.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사원인 데다 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뻤다는 겁니다. 일부러 등도 토닥토닥해주면서 격려도 했다고 해요. 우리 팀에선 흔한 일이지요. 자주 살피고 “힘든 점 없냐”고도 물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농담 삼아 한 말이 마음에 꽂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팀장이 그러면 (성희롱) 걸려요.” 물론 웃으면서 했기에 ‘내가 너무 예민한가?’ 했답니다. 그저 격려 차원에 톡톡 등을 친 것인데, 그걸 두고 그런 생각을 한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답니다. 마음에 거리감이 생기니 편하게 일을 시키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이제 여성 간부도 예전보다 많이 생기는 추세잖아요. 세상이 바뀌는 것에 제 동료는 대응을 잘 못 하는 건가요? 아니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그런 걸까요?
후배 동료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고민인 여자
A2 그저 잘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예뻐서 그랬을 뿐인데, 그 뜻이 오해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아무리 호의였고 잘 챙겨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슬렸다거나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을 안 하는 것이 맞습니다. 호의가 이쪽에서나 호의이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넓은 범주의 폭력까지도 될 수 있죠. 더구나 거기에 상사와 부하라는 권력관계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싫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하의 입장에서는 보통 불편한 상황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남자 상사가 여자 부하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그저 예뻐서 격려 차원에서’라는 변명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그것이 부당한 행동으로 규정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예전엔 상사=남성, 부하=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여자 상사와 남자 부하 관계가 많이 생겼으니 이런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죠. 다만 성별과 상관없이 그저 권력관계, 상하관계를 중심으로 본다면 간단해지는 문제입니다. 위력,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란 바로 이런 일들과 맞닿아 있는 법률용어인 것이고요. 백번 양보해, 신입사원이 일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을 수 있지요, 정말 사심이 없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는 조금 까다로운 룰을 적용하는 편이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그렇게 해야 당신의 여자 부하들도 더 수월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지요.
힘든 점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은 상사로서의 조직관리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자주 살피는 행동이 등을 토닥이는 신체접촉과 합쳐졌을 때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강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 상사의 등 토닥임이 불쾌한 것처럼, 여자 상사의 등 토닥임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요. 남자든 여자든 부하직원을 모두 공평하게 대한다는 원칙, 신체접촉은 삼간다는 원칙을 지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곽정은 작가
※곽정은 작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이 이성 관계, 사랑, 연애 고민 상담에서 벗어나 상담 분야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