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스엔에스(SNS)를 뜨겁게 달군 한장의 사진이 있다. 상의를 탈의한 채 턱걸이를 하는 여성의 뒷모습 사진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샤크 코치 운동하는 여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주 트레이너. 떡 벌어진 어깨와 넓은 등판 위에 과속방지턱처럼 단단하게 솟은 근육이 인상적이다. 유튜브에 ‘운동’을 검색하면 성별로 여자와 남자 운동을 나누거나 다이어트에 치중한 영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샤크 코치는 ‘인간에게 필요한 운동’을 쉽고 친근하고 안전하게 가르치자는 신념에 따라 직접 지도하는 크로스핏 수업 영상을 올린다. 턱걸이, 달리기 또는 파워리프팅 대회 참가기 등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재미있게 찍어 올린다. 채널의 정체성은 운동 팁이나 정보 제공보다는 동기부여에 가깝다. 예능 스타일로 콘텐츠를 만들어도 그 캐릭터의 매력이 워낙 강해서 많은 이가 ‘언니처럼 멋있어지고 싶다’는 댓글을 단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아가씨>의 시나리오 북에 이런 말을 적었다. 현대에 와서 아저씨들이 앞장서 오염시킨 ‘아가씨’라는 명사에 본래의 아름다움을 돌려주겠다는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했다고. 그 결과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인터넷 검색창에 ‘아가씨’를 넣으면 헐벗은 젊은 여성들의 사진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영화의 스틸컷으로 가득 찬다. 샤크 코치는 에스엔에스에서 해시태그 ‘#운동하는 여자’로 검색하면 가슴과 엉덩이의 에스(S)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부자연스럽게 허리를 꺾고 있는 여자들 사진으로 도배된 것을 보고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미디어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여성의 몸이 아닌 진짜 운동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그의 시도에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