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남자들이 가장 모욕감을 느끼는 표현은 엄지와 검지를 살짝 벌린 손 모양인 듯하다. 그들의 중요 부위(?)를 상징하기 때문이라는데 비슷한 모양만 나왔다 하면 석고대죄 급의 사과문과 함께 제작에 연루된 직원들의 교체가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한국 여성들이 남성 중심 사고방식에 문제의식을 내비치기만 하면 “당신도 페미(페미니스트)냐”면서 호들갑을 떤 지가 꽤 됐다.
이렇듯 문자로 적기가 우습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 횡행 중이다. 작품 이야기나 하면 그만일 지면에서 왜 이런 이야기냐고?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이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더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여성과 그런 여성에게 “나를 먼저 바꿔보지 않겠니?”라며 구애하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많은 걸 말하고 있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는 현재의 상황을 가장 치열하게 직시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온건하다. 사실은, 현실이 여전히 훨씬 더 지독하기 때문일 수도. 작품은 그 속에서 그저 남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그 장면 하나하나가 사실은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페미’란 말만 보여도 광분하던 남성들이 이 작품 댓글에는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대부분 아직 유료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서찬휘(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