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본인의 일상을 늘 ‘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일상에 치인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일상을 위로하거나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이 많다. 숱한 작품들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우렁이 각시를 등장시키거나 주인공에게 특이한 능력을 쥐여준다. 그도 저도 아니면 ‘너는 세상에서 빛나는 무언가야!’ 같은 느닷없는 격려를 안겨주곤 한다.
작가 억수씨의 연재작 <우리는 요정>은 그런 점에선 결이 다른,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힘겨운 사람의 일상에 나타난 요정이라는 클리셰를 도입하면서도, 그 요정들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다 해결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기 일쑤다. 요정이 일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꿔 놓지 않는다. 다만 요정은 작중 인물들이 진짜 듣고 싶었던, 적당히 올바른 얘기가 아닌, 진짜 알고 싶었던 얘기로 말을 건넨다.
총18화로 분량은 짧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 네명 모두 ‘행복’에 닿는 극적인 결말에 이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 스스로 나름의 답에는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공만 답을 찾는 게 아니다. 시간과 일상의 흐름, 주변에 반드시 있을 것 같은 군상 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장기가 진하게 농축된 수작이다.
사람은,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그런 답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치이는 일상’에도 앞으로 나아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