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근본적으로 달라
누드 김밥 신기, 고기 많이 먹는 건 더 신기
이젠 김치를 정말 많이 사랑하게 된 나
나무젓가락 대신 쇠젓가락 사용 놀라워
과거 전쟁 나면 휴대할 무기였나 사실 나는 김치를 미처 채소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 한국에는 김치가 있다. 그리고 김치는 채소다. 아니 채소였던 것이다. 난 언제나 김치를 사랑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도 김치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여행하는 동안 난 중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푹 빠졌다. 아무리 먹어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아침 식사에도 김치, 김치전이라 부르는 피자에도 김치가 가득했다. 난 한국 속담 하나를 배웠다. 내가 틀리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열치열’, ‘불에는 맞불을 놓는다, 열은 열로 싸운다’라는 뜻이라는데 아마도 이 말은, 내 추측건대 한국의 잔인할 정도로 뜨거운 여름, 그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에 전통 음식 중에서 가장 맹렬하게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당신네가 잔치를 벌인다는 뜻이라고 이해했다. 보신탕, 삼계탕, 설렁탕 등 탕 종류는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아니 더우면 시원한 것을 먹어야지 왜 땀을 더 흘리게 만드는 음식을 먹느냐 말이다. 나한테 이건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전략이긴 했지만, 이 자극이 강한 음식을 먹고 나니 말도 안 되게 개운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치를 퍼먹다 말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일본의 그 수많은 전통 음식, 면 요리, 두부, 쌀, 차까지도 모두 일본에 도달하기 전에 한반도를 거쳤는데 어째서 김치는, 정확하게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만큼은 어째서 대한해협을 건너지 못한 것일까? 궁금했다. 고추냉이도 뜨겁긴 하다. 산초도 입천장 피부를 벗겨낼 정도로 강하고 일본 명란젓은 매우 맵지만, 이 정도가 일본에서 가장 자극적인 요리를 일부러 추린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김치가 주는 적당하면서도 펑키하고 발효된 고추가 주는 매운 자극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나 각별했던 요리가 있다. 떡볶이라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난 떡볶이를 주문하면서 일본의 모찌가 떠올랐다. 모찌는 점잖고 부드럽고,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음식이니까 떡볶이도 ‘그렇겠지’라고 상상했다가 세입 먹고 말도 못할 거대한 통곡의 벽을 만나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 매웠고 너무 아팠다. 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아직도, 용기를 내서 종종 먹곤 한다. 떡볶이는 욕 나오게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큰 인지 부조화를 일으킨 것은 아마도 한국인들이 나무젓가락 대신 쇠젓가락을 쓰는 것이었다. 사소한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쇠젓가락은 전혀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나무젓가락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악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일주일이 흘러도 쇠젓가락을 집었던 오른손이 저리더라. 나 같은 서양인에게 날렵한 쇠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고정하고 힘을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들의 쇠젓가락 선호에 대해 내가 만난 한국인들이 여러 이론을 제시해주었다. 제일 인기 높은 설명은 경제성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어려웠던 시절에는 얼마든지 또 사용할 수 있는 쇠젓가락이야말로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는 나무젓가락에 비해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1950년에서 1953년 사이에 치러진 전쟁으로 한반도의 산림이 초토화되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수 세기 거슬러 올라가 한국 역사에 관하여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이, 더 폭넓게 독서를 할수록 내게는 위의 경제성 이론과는 다른 이론이 만들어졌다. 만약 이 땅의 모든 한국인이 식사를 하기 위해 쇠젓가락을 사용한다면 이는 곧 전체 인구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무기를 늘 가까이에 두고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물관에 들렀다가 고분에서 출토된 젓가락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것보다 더 길고 무섭게 생긴 것을 보았다. 아마 한국인들은 이웃 국가들이 갑자기 쳐들어올 때를 대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이다. 글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 일러스트 이민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