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방송 취재 와
일본 전통식 유네스코 등재 의미 질문해
일본 전통식 유네스코 등재 의미 질문해
그해 한국 김장 문화도 등재
자국 식문화 가치 재확인 계기는 되나
레스토랑 찾는 이들이 그걸 따지진 않을 터 난 음식이 극찬을 받는 문화적 지위에 오르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생각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경우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정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엔에이치케이>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우리 집에 촬영 장비를 들여놓고 이런저런 부산한 준비를 하더니, 게다가 6시간 동안이나 머물러 있으면서 퍼부은 질문은 하고많은 것들 중에서도 딱 하나, 하필 이것이었다. 일본 음식 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 전 세계에 있는 일본 레스토랑 성공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을까?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도 <미쉐린 가이드> 별점을 받는 일식당이 기본적으로 2곳 이상 있을 정도이니 이런 질문을 던진 것도 이해해주겠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제로!” 왜냐하면 정치인들, 행정 각료들, 부처 공무원들과 비정부기구(NGO) 인사들과 홍보 담당자들까지 섞여 유네스코 신청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 그 순간 주도권은 미팅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신청서 양식을 메우면서 자신들이 월급 받은 만큼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자기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하려 애쓰는 남자들(일본에서는 대부분 남자가 한다)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음식을 경이롭게 만드는 요소들, 즉 맛있음, 친절함, 사랑은 잊히기 마련이다. 물론 <엔에이치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지만,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는 것 역시 어떤 면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함으로써 일본인 혹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식문화 유산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을 것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려고 할 테니 말이다.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인류통계학적인 변화의 시점에 유네스코 등재는 농업과 음식 생산과 전통 음식의 측면에서 봤을 때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머지 다른 나라들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실상은 신문 헤드라인을 몇 개 장식한다거나, 혹은 신문 몇 군데에서 4~5쪽짜리 지면을 할애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봤자 하루치 에피소드일 뿐이고 곧바로, 완전히 잊힐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국인이든 짐바브웨인이든, 아니 세상 그 누구든 오늘 밤에 무엇을 먹으러 갈까, 어느 레스토랑을 가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음, 무슨 음식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올랐더라? 모로코 음식이었나? 아니지! 일본이었다! 그래, 오늘 저녁은 스시야!’라고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혹시 내가 유네스코의 영향력에 관해 부적절할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음, 그렇다면 혹시 2013년께 음식 관련으로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벨기에의 오스트덩케르크의 말 위에서 새우 잡기’도 같은 해에 등재되었다. 이건 그물을 매단 말이 바다에 들어가서 걸어 다니며 그물을 넓게 펼치고 다시 그것을 오므려서 새우를 잡는 벨기에 전통 어로를 가리킨다. 오스트덩케르크에서 하루 두 번 세 시간씩 말 타고 새우 잡는 12가구는 자신들의 생존 방식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소식에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이 한 가지를 보기 위해 벨기에 오스트덩케르크까지 가고 싶어지는지 솔직히 묻고 싶다. 아니 이 글 이전에 한 번이라도 새우잡이를 말 타고 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는가?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거다. 글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 일러스트 이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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