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남편, 과거 내 절친과 사귄 걸 왜 숨겼어?”

등록 2020-12-24 07:59수정 2020-12-24 12:54

Q1 내 절친의 ‘전남친’이었던 남편
과거 숨긴 그, 의심스럽고 괴로워
A2 부부싸움 주제, 생각 다를 수 있어
관계 돌아보는 담담한 대화 필요해

Q2 자식 도움 한사코 거절하시는
일흔 넘어까지 너무나 독립적인 엄마
A2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팬데믹 시대
자기효능감 찾으려는 어머니 이해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1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6년차 직장인입니다. 남편과는 30대 중반에 연애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수다스럽지 않고, 성실한 편이에요. 무난한 성격 덕에 결혼 생활도 평탄하게 이어나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저의 친한 친구와 남편이 예전에 사귀었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20대 때 1년 넘게, 그것도 세상에 사랑은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연애를 했다는군요. 당시 저는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어서 친구가 만나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사람이 지금의 제 남편인 줄은 몰랐죠.

우리는 30대 초반에 만나 중반에 결혼했으니 그 전에 이런저런 사람을 만났을 수 있죠. 그게 제 친구였을 수도 있다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숨겼을까요. 숨겼다는 이유 때문인지 그냥 ‘여사친’ 혹은 ‘전여친’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말할 타이밍을 놓쳤나, 아니면 굳이 말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리고 주변에 연결된 지인이 몇명 있는데 왜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걸까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고,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들어요.

이후로 그 친구를 보는 일도 편치 않고 남편의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야근으로 늦는다고 하면 괜한 걱정도 하게 되었어요. 이러다간 제 정신건강만 망치겠다 싶어서 첨엔 남편에게 에둘러서 물어봤어요. 대답을 피하더군요. 며칠 후 단도직입적으로 다시 얘기했어요. 왜 숨겼냐고요.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요. 저는 남편이 제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를 하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제게 화를 내더군요. 이제 와서 왜 그런 걸 알고 와서 자기를 추궁하느냐고요. 졸지에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겁니다. 이후 남편이 너무 꼴도 보기 싫고, 의심은 의심대로 여전합니다. 제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걸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몰랐던 남편 과거를 알게 된 여자

A1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배우자가 되기로 한 사람에게 ‘어디까지 나의 과거에 대해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당신의 정답은 ‘나중에 알아서 불쾌할 일이면 내게 숨기질 말았어야지’이겠지만, 또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밝혀질 때 밝혀지더라도, 불쾌할 일을 굳이 말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말들에, 객관적인 문장 하나를 보태고 싶습니다. 배우자가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만나기 전에 경험한 것들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하필 내 친구랑 사귀었다는 사실로 인해 지금 당신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충분히 나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저 ‘말하지 않는 것’이 당신 남편으로서는 당신을 위한 정말 최소한의 배려였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옳고 그름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이런 예민한 문제에 대해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나, 이렇게 과거가 갑작스럽게 드러나 버리기 전까지 우리가 서로의 생각을 확인할 길이 없을 뿐이죠.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드러난 것은 고작 남편의 과거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배우자의 권한에 대해 갖고 있는 입장, 넓은 의미에서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왜 숨겼어!”라고 추궁하며 싸움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두 사람이 지금 싸우고 있는 주제는 바로 ‘배우자의 권한’이 아닌가요? 당신은 당신의 권한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대체 나에게 왜 숨긴 것이냐고 추궁할 권리가 당연히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까지 추궁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싸움은 끝이 나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괴로워지며, 그렇게 귀가가 늦어지고 데면데면해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당신은 자신을 더 불안으로 몰고 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디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를 차분히 돌아보세요. 6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과의 관계에 정말로 굳건한 믿음이 존재했다면,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의 관계 때문에 불쾌함을 느낄지언정 남편의 모든 것이 갑자기 의심스러워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세요. 그의 진솔한 사과와 따뜻한 토닥임을 원하시나요? 무난하고 평탄해 보였지만, 이 결혼생활이 거짓말 위에 세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상처 입은 기분을 참을 수 없나요? 오직 내 상처에만 주목하면 상대방은 이기적인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면, 그도 그저 갑자기 궁지에 몰려 공격당한 짐승처럼 으르렁대는 것밖에 할 게 없죠.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그간 속상했던 마음에 대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설명하세요. 예쁘게 상냥하게 말하자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이 일이 왜 내게 상처인지, 어떤 생각 때문에 괴로운지, 이 관계에 대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답게 표현하세요. 앞으로도 평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만한 좋은 사람이 맞는다면, 당신의 진솔하고 담담한 이야기에 고작 회피나 공격으로 대응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곽 작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2 어머니 때문에 괴롭습니다. 일흔을 훌쩍 넘긴 어머니는 완벽주의자이자 매우 독립적인 분입니다. 즉 이 말은 고집이 엄청 세시다는 거죠. 셈도 정확하시고 자식들에게 기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셔요. 심지어 백내장 수술도 당신이 혼자 동네 병원에서 하실 정도입니다.(나중에 자식들이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자식들 고생할 것 같은 일은 완벽한 연기로 숨기시죠. 영민하시니 알아채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냥 말씀 주시면 합리적으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힘들 일도 없고, 어렵지도 않은데 굳이 그러시니 화가 날 뿐입니다.

지금도 마흔 넘은 딸 집에 매주 한 번씩 오셔서 집 안 정리를 하고 가세요.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사다 놓고 가시는데, 너무 양이 많고 필요도 없습니다. 그걸 보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다니시다가 다치실까 걱정도 됩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쓸고 닦고 하실 걸 생각하면 마음이 괴롭습니다. 가사 도우미를 부르고 그냥 관리·감독만 하시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예 문 비밀번호를 바꿔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를 내보기도 했고, 애원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천하에 제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한편으론 지나가듯 얘기하신 “그거라도 없으면 너무 심심하다”는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코로나19로 다니시던 그림 교실은 문 닫았고, 운동모임도 없어졌거든요.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 너무 외로우신 거 같아서 모시고 싶은데, 그것도 완강히 거부하십니다. 아버지 없는 넓은 빈집에 홀로 계실 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집에 못 오시게 할 방법, 함께 살 수 있도록 설득할 방법 좀 알려주세요. 너무 독립적인 어머니가 어려운 딸

A2 평상시라면 어머님이 좀 속상하시더라도, ‘좀 단호하게 비번부터 바꿔봅시다’라고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힘든 팬데믹 시대잖아요. 일상이 멈추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그 가장 기본적인 존재감을 느낄 시간이 축소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직업이 있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당신과 운동이나 취미 생활이 자기 자신을 느낄 유일한 방법이었던 어머니가 느낄 스트레스와 고립감, 허무함은 차원이 다른 것일 수 있어요. 어머니는, 내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효능감’을 느낄 방법이,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는 없을지 모릅니다.

차라리 함께 살자고 설득하셨지만, 소용이 없다 하셨는데요, 어머니를 존중해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지 마라’ ‘차라리 같이 살자’는, 나의 방식일 뿐, 어머니에게 적합한 방식은 아니에요. ‘물리적으로 혼자 지내면 외로울 것이다’라는 건 당신의 생각이고, 어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은 노년기의 삶을 ‘혼자서도 잘 지내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이것은 어머니의 고유한 신념이고 가치관일 뿐인데, ‘고집 센 완벽주의자’로 어머니를 규정하니 어머니가 한없이 외로워 보이고 아무것도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자기 뜻과 다른 건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어머니, 내 뜻대로 해주지 않으니 화가 치미는 나…. 정말 많이 다른가요? 아니면 비슷한가요? 저는 후자인 것 같습니다만.

어머니도 나와 같은, 삶의 의미와 존재감을 느끼기 바라는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어머니는 그저 지금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코로나로 모든 모임이 중단되었을 때, 어머니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겁니다. 일단 어머니가 하실 수 있는 다른 취미 생활이나 봉사할 일을 함께 찾아봐 주세요. 1주에 한 번 오시던 것을, 2주에 한 번 정도로 타협하는 대신에 어머니가 한 주는 다른 일에 집중하실 수 있게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보세요. 완벽주의자이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어머니이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셔도 마음이 매우 힘드실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일상에 새로운 무언가를 마련해 드리고, 그 계기로 자주 전화로 안부를 묻고 하다 보면 어머니도 집에 오는 횟수를 점점 줄이는 쪽으로 가시지 않을까요? 곽 작가

곽정은 작가가 상담을 이성 관계, 사랑, 연애뿐만 아니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물론 이성 관계, 연애 고민 상담도 진행합니다.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