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의는 삼베 등으로 제작해 머리 전체를 가리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마지막 가는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모자를 씌우고 유기농 면 등으로 제작된다.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너무 예쁘지만 절대 입히고 싶지 않은 옷이라고 하시더라. 딱 맞는 말이다.” 꽃 자수에 섬세한 레이스, 머리를 감싸는 보닛, 앙증맞은 발싸개가 세트다. 수의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전혀 모를 고운 옷들을 구경하러 지난 1일 경기도 광주시 허현정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강아지용 노즈워크(코를 사용해서 하는 후각활동) 담요로 소문이 난 ‘삼둥이네’를 운영하는 허씨는 개 네 마리와 함께하는 ‘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네 마리인데 왜 삼둥이네냐고 물었더니 한 마리가 늘었는데 사둥이네로 바꿀 수가 없었단다. 수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러 들렀는데도 분위기는 시종 유쾌했다.
개 엄마들은 수의를 ‘천사옷’이라 부른다. 장수를 기원하며 집안 어르신의 수의를 미리 장만하듯이, 반려동물의 수의에도 같은 뜻이 담긴다. 아픈 강아지나 노견이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천사옷을 마련한다. 허씨는 주문이 있을 때마다 수의를 손수 짓는다. 화장할 때 함께 태우기 때문에 수의는 유골에 영향을 미치는 합성섬유를 쓰지 않는다. 봉제하는 실도 마찬가지다. 가는 마당에 예쁜 옷을 입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다.
“아픈 강아지를 돌본 분들이면 다 아시겠지만, 끙끙 앓느라 많이 고생한 모습이다. 그대로 보내면 그 모습이 남으니까, 내 손으로 다 해주고 싶어서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우리 강아지를 내 손으로 염습해서 보냈다. 잘 씻기고 입혀서 포근해 보이는 그 마지막 얼굴을 눈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 정말 나하고 좋은 인연이었지’ 이렇게 떠올릴 수 있도록.” 허씨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미리 준비하는 이유는 오래, 잘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수의를 제작 중인 허현정씨.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12년 전, 반려묘가 두 살이던 무렵에 ‘고양이는 대학에 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만약 인간 자식이라면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 내가 학비를 충당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어쩌면 내 벌이 한도 안에서 안전한 부양체험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즈막에 와서는 우리 고양이가 제발 대학에 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었듯이, 반려동물의 수명도 조금씩 늘어났다. 사람으로 치면 대학 갈 나이까지 장수하는 개와 고양이도 드물지 않게 되었고 반려인은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스무살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대학 갔다’고 축하의 말을 건넨다.
오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고 또 떠난 후를 두려워하며 안달복달하다가 중요한 것을 지나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반려동물을 어떻게 떠나보내는가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크게 늘었고 2020년대는 그 반려동물들이 떠나는 즈음이다. 반려동물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1999년 동물장묘업이 처음 등장하고 사체 처리와 유골 안치 위주로 성장하다 최근 5~6년 사이 절차와 형식을 갖춘 추모예식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의 장례는 사흘, 반려동물의 장례는 대략 세 시간 남짓이다.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반려동물장례지도사도 만났다. 잘 보낸다고 덜 슬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겪지 않아도 될 미안함이나 후회를 덜 남기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프리미엄, 최고급 혹은 그 비슷한 고가의 휘황찬란한 예식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숨을 거둔 후에도 한 번 더 안아주고 나의 반려동물을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애도하고 좋아하던 간식을 놓아줄 잠시의 짬이 있다는 사실이다. 경황없이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로 얻은 안도감을 독자들께 전한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반려동물 장례용 오동나무 관.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