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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반려동물과의 추억, 아트 소품으로 간직해요

등록 2021-04-09 04:59수정 2021-04-09 11:47

고양이 발 도장으로 도자기
강아지 털로 만든 액세서리
유골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
우리 댕냥이 발자국을 도자기로 남기는 방법. ‘라벤더 정원’의 발도장.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우리 댕냥이 발자국을 도자기로 남기는 방법. ‘라벤더 정원’의 발도장.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깜찍한 발자국, 따스한 털 빛깔, 오묘한 눈빛. 내 곁의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시절을 기념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 별이 된 후에도 가깝게 두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주문제작 아트 소품을 모았다.

고려청자? 고양청자! ‘라벤더 정원’

고양이는 물건이 많이 놓인 곳도 재주 좋게 피해서 걸을 줄 아는 생물이다. 한데 누워있는 나를 왜 그렇게 밟고 지나가는지. 친밀함인지, 버릇없음인지 14년을 함께한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언젠가 내 고양이가 떠나고 나면, 묵직한 체중(6㎏)이 실린 조그만 발바닥이 무척 그리울 테다. 개와 고양이의 발바닥 살을 육구라 하는데 말랑말랑 촉촉한 고양이의 육구는 흔히 젤리라 부른다. 그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청자 도자기 발 도장이 있다. 원목과 도자기로 고양이 용품을 만드는 작가 백주희씨의 작업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반려인과 고양이, 백주희씨. 이렇게 세 팀의 합작이다. 반려인이 흙 반죽을 들고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협조를 얻어야 하고 고양이가 앞발을 내줘 도장을 찍으면, 백씨가 제대로 찍혔는지 흙이 갈라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이를 택배로 받아 유약을 발라 가마에 굽는다. 도자기 발 도장은 블로그 ‘라벤더 정원’을 통해 한두 달에 한 번 신청을 받고, 완성해서 받기까지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이 걸린다. 청자 유약을 바른 도자기는 소형 전기가마에 구우면 색이 누렇게 나와서 가스 가마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가 가마 때는 날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4~5년 전 일이다. 아픈 고양이의 발 도장을 찍은 분이 계셨다. 한 달 반 후에 그 아이가 떠나서 장례식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셨는데 잊고 있었던 발 도장 택배가 그날 도착해 있어서 반갑고 가슴이 뭉클해서 펑펑 우셨다고 하셨다. 항상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아이의 발을 만지고 있는 느낌으로 위안을 받으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백씨는 도자기 흙과 준비물을 보내고, 과정을 일일이 검수하고, 찍은 발 도장을 받아 구운 뒤에 다시 발송하는 과정이 완제품을 만들기보다 번거롭고 힘들어 한때 중단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자식 같은 반려동물과의 추억거리를 남기려는 이들이 거듭 요청을 해서 8년째에 이르렀고, 천여 마리의 발 도장을 구웠다. 고양이와 개 외에 페럿 같은 소동물도 족적을 남겼다. 아주 먼 훗날 후손들이 고려청자 발굴하듯, 반려동물 발자국 도자기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유물이 되진 못하겠지만, 귀여움에 빙긋 웃어주지 않을까? (라벤더 정원 lavendercat.co.kr 블로그 blog.naver.com/sl1074)

반려동물의 털을 담은 ‘멍냥공방’의 레진아트 소품. 멍냥공방 제공
반려동물의 털을 담은 ‘멍냥공방’의 레진아트 소품. 멍냥공방 제공

털까지 사랑스러운 너 ‘멍냥공방’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을 비유해 ‘쇠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이 어렸을 때는 함께 할 나날이 소의 털 세듯, 까마득하게 많을 줄 알았다. 함께한 나날보다 함께 할 나날이 더 적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요즘은, 다른 털 생각을 한다. 어느덧 어르신이 된 반려동물. 뒷발질에 풀풀 날리는 털마저도 애틋하고 소중하다. 늘 모아서 버리기만 했던 털을 예쁘게 남겨 둘 순 없을까? 경기 성남시 율동에 있는 ‘멍냥공방’이 그 일을 한다.

멍냥공방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열악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액세서리 브랜드다. 신지연 대표는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나가서 애들 빗질을 해주다가 이 털이 돈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털 활용법을 고민한 끝에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에폭시 수지를 씌우는 방법을 고안해 특허를 냈다. 이렇게 유기동물 털 레진 공예 상품이 먼저 세상에 나왔고, 개인 고객들이 자신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의 털로 제작해 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본래 취지가 유기동물 보호소 후원이었기 때문에 멍냥공방의 상품 중, 유기동물의 털을 이용한 제품의 판매 수익 20%가 해당 동물이 있는 보호소로 돌아가며, 개인 고객의 반려동물 기념, 추억 상품은 10%가 보호소 후원으로 쓰인다.

투명한 레진에 각양각색 동물의 털이 담긴 귀걸이, 목걸이, 팔찌, 열쇠고리 등은 세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모아둔 털을 공방에 택배로 보내 제작의뢰를 하고 완제품을 받는 방법.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 배워가며 만드는 방법. 그리고 디아이와이(DIY) 키트를 주문해서 집에서 스스로 만드는 방법이다. 신 대표는 “세상을 떠난 지 7~8년이 지난 반려동물의 털도 제작할 수 있는지, 아주 소량으로도 가능한지 문의를 하신다. 펫 로스 대처 방법 중에 반려동물이 떠나기 전에 털을 조금 잘라두면 상실감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보관하셨던 털이었다. 쿠션이나 침구에 남아있던 털을 한 가닥씩 소중하게 모아오시기도 한다. 소량이라도 제작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138 지하1층 멍냥공방. mngb.co.kr 카카오톡 ‘멍냥공방’)

유골을 담은 유리공예 ‘글라스문’의 목걸이. 글라스문 제공
유골을 담은 유리공예 ‘글라스문’의 목걸이. 글라스문 제공

함께하는 두 번째 여행 ‘글라스문’

자그마한 구슬 안에 소용돌이치는 무늬가 행성을 닮기도 하고 또 어느 구슬은 여느 보석처럼 영롱하다. 유리공예 공방 ‘글라스문’의 작가 문예원씨는 일반 유리 작품 외에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유골 분을 담은 조금 특별한 장신구를 다룬다. 유골 보존은 가루로 내는 분골 외에도 이를 녹여서 굳힌 메모리얼 스톤(추모석)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메모리얼 스톤의 주재료가 유골이라면, 문씨의 작업은 주재료가 유리고 유골 가루는 소량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내열 강화 색유리로 조색해서 색과 무늬 표현의 폭도 넓다. “2017년 무렵 지인들의 반려동물이 떠나면 만들어주던 것이 시작이었다. 고양이 반려인들은 고양이의 눈 색을 따서 제작을 부탁하시고, 강아지 반려인들은 털 빛깔과 닮은 구슬을 만들기를 원하시는 편이다.” 누군가 지극히 사랑하던 대상의 이미지와 그 흔적을 담는 일이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상담과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문씨는 설명한다.

몇 년 전, 한 스톤 제작 업체에서 다른 동물의 유골을 섞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스톤을 버렸다는 내부인의 폭로가 있어서 반려인들 사이에 근심거리로 떠오른 적이 있다. 유리 작업 역시 남은 유골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혹시 다른 유골과 섞이지는 않는지가 제작을 의뢰하는 쪽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하루에 한두 개 작업하고 주문하는 분마다 색상이 달라서 섞일 염려는 없다. 요즘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제작과정을 보기 원하는 분들에게 공방을 공개한다. 또 남은 유골 가루는 습기에 훼손되지 않도록 유리관에 진공으로 밀봉해서 다시 돌려드린다”고 문씨는 설명했다.

유골 외에도 행운의 상징이라 해서 보관했던 고양이나 강아지의 유치를 가루로 내고 건조작업을 거쳐 만들기도 한다. 스톤으로 만들었던 유골도 같은 과정을 거쳐 유리공예로 다시 만들어진다.

모든 슬픔은 같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 역시 그러하다. 유골 목걸이라고 사무치는 슬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완성된 주얼리를 전하면서 ‘좋은 곳 예쁜 곳 함께 다니시면서 좋은 추억 만드시라’고 말씀을 드린다. 고양이는 실내에서 지내니까 강아지처럼 같이 산책을 할 수가 없고 강아지도 비행기 여행은 어려우니까 생전에는 같이 못 갔던 여행을 함께 왔다며 사진과 함께 인사를 전하시기도 한다.”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두정중7길 1-12 1층 글라스문 glassmoon.kr)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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