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로맨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사랑 따위는 필요 없고,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잘 곳만 있다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로맨스 소설 주인공이 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의 눈에 띄지 않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의 주인공 천년비가 바로 그 독특한 ‘여주’이다.
천년비는 ‘무림악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고수였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을 당해 독을 먹고 죽게 된다. 그런데 그가 눈을 떴을 때 영혼은 황제의 무관심으로 변두리 허름한 궁에 사는 후궁 ‘천소여’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천년비는 적에게 쫓기고 생명의 위험을 받으며 항시 의식주 걱정을 하던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천소여’의 삶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기왕 살아난 김에 그냥 살기로’ 결심한다.
망설임과 두려움 없는 천년비의 엉뚱한 직진 행보와 그런 그의 주변에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은 언뜻 무협이라는 외피를 두른 코미디물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변방의 후궁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던 황제 ‘월요’가 우연히 천년비를 만나게 되고 매력에 빠지는 과정은 여타의 로맨스 소설들과는 또다른 각도로 흥미를 자아낸다. 궁중 암투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 긴장을 놓을 틈이 없다. 장지희(웹소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