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라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은 홍콩 영화 한 편쯤은 있다. 내겐 장궈룽(장국영)과 왕쭈셴(왕조현)이 출연한 〈천녀유혼〉이 그렇다. 영화가 〈요재지이〉라는 중국 청나라 시기의 기담집 가운데 〈섭소천〉 편을 소재로 각색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뒤였는데, 바로 그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은 한국 만화가 있다. 네이버 웹툰 연재 작으로 작품명은 〈난약〉. 〈브레이커〉 시리즈 등 개성 강한 미형 캐릭터의 액션을 그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박진환 작가가 만화를, 〈트럼프!〉·〈부토 – 부끄러운 토끼〉로 초능력 배틀과 팬시한 캐릭터 개그를 소화해낸 정현주 작가가 이야기를 맡은 요괴 판타지 액션물이다.
〈난약〉은 양재신과 소천이라는 두 인물 간의 전·현생은 물론 현계와 요계를 오가며 진행되는 입체적인 스토리에 깔끔한 작화로 표현된 강렬한 액션이 더해져 90여 화가 진행되는 현시점까지 어느 한 화 늘어질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소년의 성장과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상, 미소녀가 다수 나옴에도 성적 매력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 등 액션물의 정도와 최근의 시대 조류를 적절히 조율한 듯한 면면이 읽혀 흥미롭다. 현계의 무대를 한국으로 잡아 능청맞게 현실 속 골목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을 담아낸 것도 소소한 볼거리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