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폴을 배우는 직장인 김원재씨가 폴댄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엡터 실장)
최근 셀럽들이 푹 빠진 운동 중 하나가 폴댄스다. 폴댄스는 세로로 된 철봉(폴)에 매달려서 거꾸로 서기, 다리 찢기 등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는 댄스 종목이다. 방송에서도 곧잘 등장한다. 박나래, 유이, ‘마마무’의 솔라, ‘여자친구’의 유주 등이 폴댄스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됐다.
셀럽뿐만 아니라, 폴댄스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들이 운동하는 영상과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폴에 매달려 폴댄스 의상을 입고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폴댄스와 관련한 게시물은 55만여 개가 넘을 정도다. 그만큼 반응이 좋다는 의미다.
집에서 폴댄스를 하는 ‘홈폴족’도 늘고 있다. 유튜브에 ‘방구석 폴댄스 브이로그’를 올리는 이들도 있다. 홈폴족을 위한 가정용 폴, 폴웨어 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국내 폴댄스 브랜드도 많이 생기고 있다.
거꾸로 서는 폴댄스 동작을 보여주는 김원재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엡터 실장)
폴댄스는 보기와 달리 체력 소모가 많다.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이 결합한 전신 운동이다. 책 〈오현진의 폴댄스 피트니스〉에서 지은이 오현진씨는 “흔히 팔만 쓰는 운동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코어 근육을 쓰며 온몸 구석구석의 근육들도 함께 써준다”라고 했다. 특히 폴댄스는 몸의 중심 근육인 코어 근육을 바로 세워 체형 교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폴댄스가 국내에서 대중화된 건 10년이 채 안 됐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들어왔지만 선정적인 춤이라는 편견이 덧씌워져 널리 유행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대중들에게 이색적인 운동으로 인기를 끌자, 폴댄스업계에서는 폴댄스를 폴스포츠로 부르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추는 ‘야한 춤’이라는 폴댄스에 관한 편견은 여전하다. 다른 운동과 달리 폴댄서들의 사진과 영상에 성폭력성 댓글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비키니 같은 폴댄스복의 노출 부위가 큰 것은 운동 특성상 폴과 피부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버티는 동작이 많아서다. 긴 옷을 입으면 마찰력이 떨어져 폴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
폴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국내에서 여성들만의 운동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남성들만을 위한 폴 클래스도 생겨나고 있다. 폴댄스 종류 중 남성들이 하는 폴댄스를 ‘맨폴’이라 부른다. 나이도 폴댄스를 배우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50대 이상 시니어 폴댄서도 있다.
폴을 이용한 새로운 장르도 생기는 중이다. 폴을 이용한 트릭 위주의 운동을 즐기는 폴피트니스, 행위예술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폴아트, 아크로바틱과 폴을 결합한 폴크로바틱, 요가의 동작을 응용한 폴요가 등이 그것이다. 폴댄스의 세계는 이토록 이색적이고 다양하다.
걷고, 뛰고, 무거운 걸 드는 식상한 운동에 지친 사람이라면, 육체도 단련하면서 예술적 표현까지 가능한 폴댄스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어려운 동작을 성공해 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강인해진 육체와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