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플 땐 봉춤을 춰>의 지은이 곽민지씨.
곽민지(36·필명 폴 매달렸니·사진)씨의 인생은 폴댄스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폴댄스를 배우며 유연성과 체력이 좋아진 것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폴댄스와 함께 한 시간을 기록한 폴댄스 에세이 〈난 슬플 땐 봉춤을 춰〉(아말페 펴냄)를 펴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폴댄스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7년 친한 언니가 근력과 코어 운동에 좋은 폴댄스를 해보라고 추천해 시작했다. 근력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피티(PT)를 받았는데 나와 맞지 않아 다른 운동을 뭘 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때였다.”
―처음 폴을 잡았던 때가 기억나나?
“발을 떼고 공중에 떠 있는 동작을 하는데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바로 뚝 떨어졌다. 몇 초도 버티지 못하는 내 몸에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까지 운동이란 걸 안 하고 살았다.”
―폴댄스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초반에는 마치 1시간 동안 몸 개그를 하는 것 같았다. 동작이 안 되고 힘들었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라는 생각도 들고 학원에서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 도망치면 안 돼’라며 날 달래면서 운동했다.”
―책 첫 장에 ‘가장 대상화되기 쉬운 운동을 통해 대상화에서 처음 자유로워진 여자 몸의 기록’이라고 썼다.
“키도 크고 발도 큰 편이다. 백화점에 가면 내 사이즈가 없다. 내가 뚱뚱해서 사이즈가 없는 거라며 내 몸을 탓하며 살았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몸과 나를 비교하기도 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몸만 신경 쓰며 산 것이다. 폴댄스를 하면서 근력이 하나도 없는 팔을 전시용으로만 달고 다녔다는 걸 깨달았다. 내 몸을 쓰는 방법도 몰랐다. 그랬던 내가 폴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두껍고 알통 있는 팔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폴댄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작지만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다. 마치 피겨 스케이팅에서 깔끔하게 트리플 악셀을 하지 못하더라도 스케이트를 신고 한 발짝 떼고 1m, 2m 조금씩 나아가는 것과 같다.”
―폴댄서를 향한 편견의 시선을 느낀 적이 있는가?
“폴댄스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당신은 스트리퍼가 되고 싶냐’는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받은 적이 있다. 폴댄서를 스트립쇼 바에서 춤을 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유독 폴댄서들의 몸은 대상화되고 선정적으로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 사이클을 타는 남자들이 몸에 딱 붙는 사이클복을 입었다고 해서 ‘왜 그런 옷을 입고 사이클을 타냐’고 묻지 않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 것 보면 운동에도 위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책은 폴댄스 성공기가 아닌 좌절기에 가깝다. 2017년부터 폴댄스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 되는 동작이 많다. (웃음) 다른 사람보다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폴댄스를 배우는 내 몸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들 다양한 몸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자신의 몸과 남의 몸을 비교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폴댄서가 되고 싶은가?
=“요즘 일주일에 4번 폴댄스를 하고 있다. 내 목표는 완벽하게 여러 동작을 하는 게 아니라 오래 길게 폴을 타는 것이다. 난 폴 타는 60대가 되고 싶다.”
글·사진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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