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파란 세이버〉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기억하는 이라면 박흥용이라는 이름 세 글자와 그의 신작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음 ‘만화속세상’에 올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쩍이 운다〉 이야기다.
배경은 조선왕조 현종 시대를 휩쓸었던 경신대기근 직후. 당시 조선은 인육을 씹는 자들이 나올 만큼 피폐했다. 체제를 유지하던 질서 또한 격렬히 뒤흔들렸지만 여인이 집의 문밖으로 나서는 일 만큼은 가당치도 않았던 때. 주인공 ‘진경’은 무과에 말단으로나마 합격해 집안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러 떠나는 오빠의 행렬에 끼어, 이윽고 오빠조차 벗어나 자신이 보고자 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 진경을 보호하기 위해 붙은 ‘소쩍’이란 경호원은 도적을 50대 1로 상대해 이겼다는 믿기 힘든 이력을 지녔다. 심상찮은 시기 속에 진행되는 둘의 여행은 어떻게 진행될까.
모두가 각기 앞에 놓인 ‘솥 짝’ 크기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시기, 작중 등장하는 청춘들은 우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우울한 청춘이 대기근과 예송논쟁으로 온 나라가 어지럽던 그 시기만의 문제일까. 이미 2년여 전부터 준비하던 작품이지만 전대미문의 역병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공개돼 오히려 더욱 은유·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정중동(靜中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만화 그래픽의 쾌감을 오롯이 보여주는 점이 정말로 인상 깊다. 서찬휘(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