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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이가 있어요”

등록 2021-06-18 10:38수정 2021-06-18 13:15

Q1 집착적으로 폰만 들여다 보던 남친
다른 여성과 독특한 성적 취향 나눠온 듯
A1 진실 숨긴 그의 기분 지금 중요치 않아
화내야 마땅한 순간, 자신 중심에 놓을 것

Q2 제멋대로에 어장 관리하는 연하의 썸남
나쁜 사람인 것 알겠는데 자꾸만 생각나
A2 상처입힐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 심리
알고 보면 내가 쓰는 막장 드라마 끝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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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남친과 만난 지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제가 외모를 우선 하는 골드미스가 될 줄은 몰랐으나, 그래도 사람 만날 때 꼭 인성은 파악하고 만나곤 했습니다.

지금 남친은 헬스에 미친 사람입니다.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우락부락하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이면 모닝콜, 밤이면 잘 자요 하는 사이로 급격히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단둘만 있어도 거의 잠자리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남친이 먼저 하자는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러면서 전화기를 너무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렇다고 저한테 집중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아주 틈만 나면 들여다봐서 “뭐 봐?” 하고 물으면 그냥 내려놓고, 어떤 땐 화를 불같이 내기도 합니다.

이 일로 몇 차례 싸우고 의심이 생겼어요. 저렇게까지 화내는 이유가 뭐지?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진정성 있게 고백은 하는데, 섹스는 안 하려는 이유는 뭘까? 양심에 걸렸지만 휴대폰을 몰래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어떤 여자의 멘트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주인님, OO 노예는 주인님을 사랑해요”라는. 메모장에는 그 여자 이름과 주소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생전 관심이 없었던 쪽의 성적 취향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나도 이 남자를 만나려면 그렇게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봤어요. 하지만 절대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혹시 장난삼아 그러는 건지, 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사생활을 엿본 거라 먼저 얘기 꺼내기 어렵습니다. 대화를 해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정리하는 게 좋을까요? 사람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 사람이 화낼 때 도대체 이유가 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뭔가 찜찜하면 파헤쳐야 속이 시원한데, 다들 그러지 않나요? 그 점도 정말 궁금합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여성

A1.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내가 몰래 휴대폰이 볼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궁금함과 불안함에 못 이겨 휴대폰을 몰래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별 내용이 없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확인하는 남의 휴대폰엔, 아주 높은 확률로 뭔가가 있습니다. 진실하며 숨기고 싶은 비밀 같은 건 없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뭘 보느냐는 질문에 버럭 하고 화를 내지는 않았을 테지요. 여자의 촉이 무서워서라거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그런 반응에는 ‘뭔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요.

남의 휴대폰을 몰래 본 것은 잘못된 일이 맞지만, 사실 이제 와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어차피 휴대폰을 몰래 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이별을 당할 테니까요. 그토록 큰 비밀을 숨긴 채 뻔뻔하게 소개팅까지 하는 어떤 사람이, 이제 와 당신에게 양해나 용서를 구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계신 건 아니길 바랍니다. 대화를 해보는 게 좋겠냐는 고민도 하셨는데요. ‘대화’란, 기본적으로 서로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나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사람과 나누는 말을 대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내가 6개월이나 진지하게 만났던 상대가 나를 두고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었을 때, 당신이 화가 나지 않는 것 말입니다.

설마, 화내는 방법을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지금은 그의 독특한 성적 취향에 맞춰줘야 할지 고민을 하실 때도 아니고, 장난삼아 그러는 건지 고민하실 때도 아닙니다. 방향이 틀렸어요.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에도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마음을 거슬리지 않고 이 사람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너무 피곤한 저녁에 의자를 사러 가면 아무 의자나 고르게 되듯이, 너무 배고픈 채로 마트에 가면 먹지도 못할 식재료를 마구 고르게 되듯이, 자신을 ‘어떻게든 남자를 골라잡아야 할 절박한 처지’의 여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직 선택받는 것이 지상과제가 될 때, 우리의 선택은 한없이 충동적이고 초라한 것이 됩니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나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대가로 일평생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Q2. 35세 싱글 여성입니다. 3월쯤 1살 연하 남자를 술자리에서 만났어요. 조금 끼가 있어 보였지만 연락을 자주 하다 보니 저도 호감이 갔어요. 사업 하는 집안에 본인 능력도 있고, 외모도 괜찮아서 거부감이 없었죠.

몇 번 데이트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스킨십 속도도 그렇고, 나이에 비해 철없고 나쁜 남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관계를 정리하자는 카톡을 보냈더니 아무 말이 없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지냈음 됐을 텐데, 괜히 제가 답답해져서 왜 아무 말 없냐고 연락을 했죠. 얼마 후 다시 만난 그가 그냥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자며 선을 긋더라고요.

연락 없이 지내다 1주일 후 그에게서 영상통화가 왔습니다. 저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며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여전히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개가 아닌 그. 연락 기복이 심한 건 물론, 말을 씹고, 일이 우선이라며 데이트를 자주 못 한다고 했다가 제멋대로더군요. 그래서 제가 또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 관계의 장점이자 단점은 속궁합이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다시 “같이 있자”며 연락해오는 그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말고도 두 사람이나 더 연락하며 지내는 여성이 있더라고요. 1명은 선을 봐서 만난 애인, 다른 1명은 이제 막 작업을 거는 여성이었어요. 이들 외에도 술 취해 전화 걸었던 여성도 있고요.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여자를 애매한 사이로 만나면서 어장 관리하는 이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리고 나쁜 놈인 거 알겠는데 자꾸 그가 생각나는 제 마음은 또 무엇일까요? 어장에 갇힌 사람

A2. ‘나쁜 놈이구나’하고 아는 것과, ‘나쁜 놈이니까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바로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쁜 놈인 거 알겠는데 자꾸 생각나!’라며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그런데요, 당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겁니다. ‘아, 나쁜 놈이구나, 그런데 난 이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어.’ 아마 인정하기 싫으실 겁니다. 이런 바보 같은 말이 내 안에 맴돌고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인정하기 싫을 거예요.

그러나 안타깝지만 이것이 또 인간의 어떤 면면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유익한 사람, 그나마 나를 편안하게 해줄 사람에겐 관심이 끌리지 않고, 나를 상처입힐 사람에게 끌리는 거죠. 심리학에서 이것을 ‘반복 강박’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정한 관계에 더 끌리고 그것을 선호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딱히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었어도, 예전에 경험했던 관계들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혹은 스스로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 자기 삶에 더 많은 갈등과 드라마를 원하게 되기도 합니다.

슬프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원망하게 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내가 캐스팅한 나의 막장 드라마일 뿐입니다. 관계를 정리하자는 카톡을 보냈을 때도, 두 번째로 연락을 끊었을 때도, 당신은 진심이 아니었을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강렬한 메시지를 보내고, 그렇게 해서 나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었던 거지요. 강렬하게 거부하면, 또 강렬하게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요. 내가 강렬한 자극과 드라마를 원하고 있으니, 평범한 캐스팅으로는 스스로 만족을 못 합니다. 천적을 만났으면 있는 힘껏 도망을 가서 거리를 둬야 하는데, 천적 앞에서 유혹의 춤을 추니 언제나 내가 치명상을 입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요.

서른다섯이 되었다고 해서 인생의 결정들이 모두 쉬워지는 건 아닐 겁니다. 삶은 죽을 때까지 후회할 일들이 천지인 것을요. 그러나 최소한, 세 명을 돌려 가며 만나는 난잡한 사람의 잠자리 파트너가 되기로 결정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할 나이가 아닌가요? 나 자신을, 나에게 한 번도 진지한 적 없던 사람에게 감정을 구걸하는 존재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자신의 삶에 죄를 짓는 거니까요.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시고, 심리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평안한 40대, 50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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