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3월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일본과 경기에서 4-13으로 패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대표팀 일부 선수가 대회 기간 음주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대표팀이 1라운드 조기 탈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주 시점과 장소 성격에 따라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KBO리그 순위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일단 자체 조사에 나섰다. 사무국 쪽은 31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기된 WBC 선수 심야 음주와 관련해 각 선수에게 경위서를 제출받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국가대표 운영규정에 어긋남이 있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음주 의혹을 받는 선수들은 “경기 전날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대회 당시 3월9일 호주전, 3월10일 일본전, 3월12일 체코전을 치렀다. 호주전 졸전에 이어 일본전서 대패를 당하면서 대표팀은 일찌감치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여론은 들끓었고, ‘도쿄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이강철 케이티(kt) 위즈 감독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등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안 좋았던 터라 대표팀 선수들에게 말, 행동 등을 조심할 것을 대회 기간 내내 당부했기 때문이다.
사실 야구 대표팀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호주에 역전패를 당한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선수촌 밖에서 팀 회식을 한 뒤 취한 상태로 심야에 근처 카지노로 간 것이 목격됐다. 당시 악화한 여론 탓에 선수 제명 얘기까지 나왔으나 이후 대표팀이 심기일전하며 동메달을 따내 징계는 유야무야 됐다. 대표팀을 이끌던 김응용 감독은 “선수들이 밤에 몰래 나가려고 마음먹으면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는 축구대표팀이 여론에 반하는 음주가무로 입길에 올랐었다.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홍명보호는 현지에서 월드컵 뒤풀이 자리를 갖고 양주와 맥주 등으로 폭탄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2007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컵축구대회 때는 일부 고참급 선수들이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해 술을 마신 것이 알려지며 축구협회 등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에 이은 WBC 성적 부진, 그리고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의 미성년자 관련 범죄 행위 혐의 기소와 장정석 전 기아(KIA) 타이거즈 단장의 선수 금품 요구. 여기에 KBO 자회사인 KBOP 간부의 배임 수재 혐의에 따른 초유의 압수수색과 엘지(LG) 트윈스 이천웅의 불법 온라인 도박 혐의까지 온갖 악재에도 KBO리그는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인기를 회복하고 있었다. 시즌 중 터진 WBC 대표팀 음주 의혹이 순항 중이던 리그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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