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약한 롯데의 딜레마
“경기를 하다보니 그런 거지 뭐. 롯데도 대전 와서 잘 했잖아.”
롯데전 5연승, 사직에서만 10연승을 거둔 김인식 감독은 30일 경기 뒤 머쓱해했다. 유지훤 코치는 “경기장 분위기가 좋으니까… 우리 선수들도 신 나는거지”라며 사직에서 맹타를 휘두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롯데가 중위권에 머물면서 사직구장은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부산팬이 꽉꽉 들어찬다. 관중들 함성이 커질수록 선수들도 신이 나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관중들 응원소리에 안방·원정 선수 할 것 없이 덩달아 신바람 나 방망이를 휘두르니 롯데가 되레 고민이다.
44경기를 치른 롯데는 30일 현재 사직에서 570타수 158안타 팀타율 0.277을 기록했다. 전체 팀타율 0.275보다 2리가 높으니 안방응원 덕을 크게 보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반면, 상대팀 타율은 사직에서 두드러지게 높다.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각각 6승(2패), 4승(2패)씩을 거둔 한화와 LG의 사직구장 타율은 0.306이다.
사직에서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SK 두산을 빼면, 삼성만이 팀타율보다 낮은 타율(0.189)을 기록했다. 20승22패2무를 올린 롯데는 사직에서 5승12패에 머물렀다. 30일 롯데가 한화에 2-9로 져 사직 6연패를 당하자 롯데팬들은 “원정서 쌓은 거 홈에서 다 까먹는다”고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안방팬의 열성 응원이 ‘우리 선수’에겐 부담이 되고 ‘저쪽 선수’에게 힘이 된다면 부산팬들로서도 민망한 일이다. 4강 진출을 지상 목표로 삼은 롯데가 짊어진 딜레마다.
부산/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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