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발투수 배영수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말 롯데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리한 타순교체로 적지서 12득점 대승
롯데는 잇단 실수…투수진 운용도 쓴맛
롯데는 잇단 실수…투수진 운용도 쓴맛
1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그리고, 4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두 번과 준우승 한 번. 관록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었다. 수치상 보이는 전력에서는 롯데에 한참 뒤졌지만, 경험치만은 앞섰던 삼성. 역시 큰 무대는 달랐고, 삼성은 8일 3만 관중이 꽉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를 12-3으로 대파하며 2008 가을 야구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변칙 라인업이 대성공을 거뒀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주로 중심타선에서 배치됐던 박석민을 “번트나 치고 달리기 등 작전수행능력이 좋다”는 이유에서 2번 타순에, “경험이 많고 롯데전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에서 진갑용을 4번 타순에 배치했다. 올 시즌 롯데 상대 타율을 살펴보면, 박석민은 0.362, 진갑용은 0.343으로 꽤 좋았다. 1번 박한이(4안타)-2번 박석민(4안타)-3번 양준혁(3안타)-4번 진갑용(3안타)으로 이뤄진 상위타순은 14안타를 합작해면서 대량득점을 이끌어냈다.
기다리는 야구도 성공했다. 삼성 타자들은 경기 초반 성급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끝까지 원하는 공을 기다렸다. 포스트 시즌에 첫 등판한 상대 선발 송승준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면서,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다. 송승준은 2회까지 무려 45개의 공을 던졌다. 롯데 선수들이 경기 초반 3구 이내에 공격을 매조지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2회까지 단 18개의 공만 던졌을 뿐이다.
수비 차이도 컸다. 기록된 실책은 한 개뿐이었지만, 롯데 내야수들은 8년 만에 포스트 시즌을 치른 탓인지 자잘한 실수들을 쏟아냈다. 경험 많은 2루수 조성환부터, 3루수로는 수비 범위가 좁은 이대호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어수선한 수비를 선보였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과 3루수 박석민의 수비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투수엔트리를 10명으로 꾸린 것도 롯데로서는 독이 됐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삼성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26명 엔트리를 짰다”고 했으나, 임경완·배장호·나승현 등 불펜진을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시켜 투수진 운용에 스스로 숨통을 조였다. 선발요원인 이용훈이 몸이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3회 중간계투로 나와 볼넷과 안타를 거푸 내주는데도, 위기 상황을 끊어줄 믿을 만한 투수가 없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5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박석민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린다. 부산/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프로야구 8일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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