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4월3일. 콩닥콩닥. 잠이 안온다. 내일이면 프로야구 개막전. (선동열) 감독님은 나에게 1번타자 특명을 내렸다. 아마추어 때 1번과 3번을 맡아 1번은 편하다. 기분도 좋고 설레이는데 걱정도 된다. 첫타석. 헉. 삼진이다. 화들짝 놀라 깼다. 꿈이다. ‘진짜 타석에서 삼진 먹으면 어떡하지.’ 어제는 홈런 세리머니하는 꿈을 꿨는데…잠은 이제 다 잤다.
4일4일. 상대는 봉중근(LG).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봤는데, 훌륭한 선배다. 긴장이 됐다. 그래도 내 운이라 믿고 싶다. 데뷔전 때부터 좋은 투수와 상대할 기회가 생겼으니까. 첫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 의욕이 너무 앞섰다. 다음 타석에서는 꼭 안타를 쳐야지 했는데 또 삼진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감독님을 쳐다봤다. 나를 믿어주셨는데, 죄송한 마음 뿐이다.
세번째 타석. 빠른 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았다. 150㎞짜리 직구였다. 프로데뷔 첫 안타. 4번째 타석에선 2루타도 쳤다. 구장을 찾은 아버지께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경기 후 휴대폰에 축하메시지가 여러개다. 경북고 시절 친구들이 보낸 거다. 학교에서 나는 유일하게 프로지명을 받았다.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더 악물어야겠다.
4월5일. 오늘도 1번타자다. 수비는 2루수. 고1 때 잠깐을 빼고 내내 유격수로 뛰었지만 그 자리엔 박진만 선배가 있다. 좀 어설퍼서 문제지, 유격수보다는 거리부담이 적은 2루수도 괜찮다. 올 시즌엔 주전 2루수로 말뚝 박는 게 목표다. 오늘도 안타를 2개나 쳤다. 그라운드에서 절로 신이 났다.
경기 끝나고 온라인 채팅을 통해 (성)영훈이, (정)수빈이(이상 두산)와 수다를 떨었다. 둘과는 청소년대표팀에서 만나 친해졌다. 녀석들, 너무 날아다니지 말고 살살 하랜다. 아직 난 ‘발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구만.
10일부터 기아전이다. 기아는 내가 어릴 적 동경했던 이종범 선배가 몸담고 있는 팀이다. 난 사람들로부터 “너 참 빠르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다. 하얀 베이스만을 눈안에 담은 채 전력질주해서 세이프되는 쾌감,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이종범 선배처럼 ‘대도’가 되는 날까지 김상수, 화이팅이다!(고졸 신인 김상수는 개막 2경기 동안 9타수 4안타 4삼진 2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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