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토트넘과 팀K리그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보기 위해 나란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박아무개씨(오른쪽)와 김아무개씨. 박강수 기자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가 열린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 전역에 내린 호우주의보에도 축구 사랑에 목마른 팬들은 우비와 우산, 장화로 중무장을 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평생에 한 번이 될지도 모르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서다. 축구는 웬만해서는
우천 취소되는 법이 없다는 사실도, 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경상남도 산청과 사천에서 올라온 정재익(29)씨와 배재현(28)씨도 마찬가지다.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온 정재익씨는 “3년 전에 유벤투스가 내한 왔을 때도 경기 날 비가 왔었다. 방한만 하면 비가 오는데 축구는 어차피 우천 취소가 없기 때문에 수중전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에서 팀K리그를 응원하기 위해 올라온 정재익(오른쪽)씨와 배재현씨. 박강수 기자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은 배재현씨는 “엄원상을 보고 싶었는데 부상으로 빠져 아쉽다. 리그 득점 선두였던 무고사도 일본으로 가서 K리그 올스타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경기를 전망했다. 그는 “팀K리그를 응원하지만 0-2 정도로 토트넘에 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함께 손흥민을 따라 토트넘 팬이 된 커플 박아무개(38)씨와 김아무개(33)씨도 우산을 쓰고 나란히 경기장을 찾았다. 폭우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저는 괜찮은데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입국했을 때는 폭염을, 경기 당일에는 폭우를 만난 토트넘 선수들에 대한 염려를 표했다.
옆에 있던 박씨는 “예매한 좌석이 비를 맞는 자리일 것 같은데 하루 정도는 괜찮다. 추억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예측을 묻자 박씨는 “펠레 스코어(3-2)로 토트넘 승리”를 내다봤다. 후반 20분께까지 적중했던 그의 예측은 22분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깨졌고, 이어서 아마노와 해리 케인의 추가골까지 나오며 한바탕 골잔치(5-3 토트넘 리드)가 벌어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역 출구 에스컬레이터부터 우비 차림으로 늘어선 팬들. 박강수 기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우비 차림의 관중들. 박강수 기자
이날 경기를 예매 개시 25분여 만에 매진시킨 6만4100명의 주인공들은 비를 뚫고 와 경기장을 빠짐없이 채웠다. 킥오프 무렵 비는 잦아들었다. 폭우가 모처럼 열대야의 열기를 씻겨내고 잠잠해진 저녁, 토트넘 팬도 K리그 팬도 한마음으로 외치는 “대한민국!”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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