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에서 케인이 득점한 후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도 멈췄다. 적당히 미끄러운 그라운드. 더위는 여전했지만 관전 조건은 적당했다. 그리고 6만4000여 축구팬들은 한여름 밤 가슴이 뻥 뚫리는 기쁨을 맛봤다. 손흥민과 그의 토트넘 친구들, 그리고 이승우 등 K리그 베스트 선수들이 축제 무대를 꾸민 주인공이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경기에서 동료 해리 케인과 함께 명성에 걸맞은 특급활약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경기 결과는 토트넘의 6-3 승리.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대부분은 토트넘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의 인기를 반영한다. 하지만 팬들은 프로축구 K리그 12개 팀에서 뽑힌 국내 최고의 선수들의 활약에도 높은 기대를 걸었다. 경기가 시작된 저녁 8시 전에는 비도 그쳤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전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멍석이 깔리면서 팀 K리그와 토트넘 선수들의 불꽃 경연이 시작됐다. 전반 중반까지 분위기는 토트넘이 잡았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3-4-3 전형으로 나섰다. 스리백은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메로, 다빈손 산체스가 맡았고, 중원에서는 로드리고 밴탄쿠르가 공수의 연결 고리가 됐다. 최전방에는 히샤를리송과 루카스 모라 등이 화력을 과시했다.
점유율을 중심으로 공과 공간을 지배한 토트넘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측면 돌파를 통한 기회를 통해 팀 K리그 골문을 노렸다. 선발로 나선 조현우 골키퍼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여러 차례 슈팅을 막아냈다. 팬들은 멋진 묘기나 실수가 나올 때마다 팀을 가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전반 첫 골이 터졌을 때도 그랬다. 토트넘의 다이어는 수비수이지만 전반 30분 벌칙구역 정면까지 올라왔고, 아크 부근에서 그대로 중거리슛을 터뜨려 골망을 흔들었다.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지만,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스탠드를 휘감았다. 팀 K리그의 반격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팀 K리그는 선발 투톱에 조규성과 이승우를 내세웠다. 중원에는 권창훈과 백승호, 팔로셰비치 등이 배치됐고, 포백 수비에는 정태욱, 김진수, 박승욱 등이 방어벽을 쳤다.
팀 K리그는 실점 뒤, 이때까지 가벼운 몸놀림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던 이승우와 권창훈을 빼고 양현준과 라스를 투입했다. 이후 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팔로셰비치의 크로스를 동점포를 쏘아 균형을 맞췄다.
팀 K리그 선수들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경기에서 조규성이 득점한 뒤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전 분위기는 더 뜨거웠다. 벤치에 있었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등장했고, 골키퍼 장갑은 주전 위고 요리스가 꼈다. 토트넘의 공격진이 핵심 선수들로 바뀌고, 미드필더에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들어오면서 더 위협적인 팀이 됐다.
득점 물꼬는 역시 케인이 텄다. 케인은 후반 2분 팀 K리그 수비수가 볼처리를 미적대자 그대로 돌파한 뒤 낮은 크로스를 했고, 팀 K리그 수비가 워낙 낮고 빠르게 날아온 공을 잘못 처리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의 2-1.
반격에 나선 팀 K리그는 후반 7분 라스의 중거리포로 2-2 동점을 이뤘지만, 토트넘은 1분여 뒤 개인돌파를 통한 케인의 중거리포로 달아났다. 후반 23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면서 4-2로 간격을 벌렸다.
팀 K리그는 아마노가 후반 26분 프리킥 득점포를 쏘았지만, 곧이어 케인이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토트넘은 5-3으로 도망갔다. 손흥민은 후반 40분에도 골 지역 정면을 돌파한 뒤 이날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토트넘과 팀K리그 선수들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가 끝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경기에서 케인의 프리킥 득점이 터진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 드리블 돌파 뒤 케인에게 킬 패스를 넣어주는 등 손-케인 합작 플레이를 연출했고, 골을 넣었을 경우에는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팀 K리그는 후반 28분 김동민이 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까지 안으면서 전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손흥민은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토트넘 유니폼 입고 뛰는 것은 처음이었다. 팬들의 응원에 너무 감사하다. 페널티킥 골은 원래 케인이 차는데 선물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토트넘 손흥민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서 토트넘의 여섯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금 선임기자,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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