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손흥민(30·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시즌은 ‘역대급’ 재능으로 꼽히는 공격수들이 새로 합류해, 어느 때보다 더 흥미진진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23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평생 한 번도 받기 힘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만으로도 이미 ‘월드클래스’로 평가할 수 있지만, 2회 연속 수상은 더 어렵고 영광스러운 고지다.
앨런 시어러(94/95~96/97시즌), 마이클 오웬(97/98~98/99시즌), 티에리 앙리(03/04~05/06시즌), 로빈 판페르시(11/12~12/13시즌), 해리 케인(15/16~16/17시즌), 무함마드 살라흐(17/18~18/19시즌). 프리미어리그 30년 역사 동안 단 6명.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공격수들만 이 업적을 이뤘다.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5월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 경기가 끝난 뒤 골든부트(득점왕)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리치/AP 연합뉴스
쉬운 도전이 아니다. 스포츠 배팅 업체 ‘스카이벳’은 3일(한국시각) 현재 손흥민에게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배당률 11/4),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9/2), 해리 케인(토트넘·11/2), 다르윈 누녜즈(리버풀11/1), 가브리엘 제주스(아스널·11/1)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배당률(14/1)을 부여했다. 득점왕에 도전할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꼽지 않은 셈이다.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드(오른쪽)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협회(FA) 커뮤니티실드 경기에서 리버풀 앤드루 로버트슨과 공을 다투고 있다. 레스터/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꼽는 ‘0순위’ 후보는
홀란드다. 이번 시즌 이적료 약 1300억원에 도르트문트(독일)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홀란드는 독일에서 3시즌 동안 89경기 86골을 터뜨렸다. <디 애널리스트>는 2019∼2020시즌부터 유럽 5대 리그 선수들이 90분 기준 몇 골(PK 제외)을 득점했는지 분석했는데, 홀란드는 0.72골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FC바르셀로나), 킬리안 음바페(PSG)에 이어 3위였다. ‘득점 기계’다운 기록이다.
리버풀 무함마드 살라흐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협회(FA) 커뮤니티실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레스터/AP 연합뉴스
지난 시즌 골든 부트 공동 수상자 살라흐도 무서운 경쟁자다. 살라흐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5시즌 동안 118골을 넣었고, 득점왕을 3차례나 차지한 검증된 공격수다. 90분당 득점(PK 제외)이 0.62골에 달하는 데다, 전 시즌 득점왕 경쟁에서 보여줬듯 팀에서 페널티킥까지 사실상 전담하고 있어 쉽지 않은 경쟁 상대가 될 전망이다.
팀 동료 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케인 역시 이미 2연속 득점왕에 오른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이번 프리시즌 4경기만 보면, 케인은 5골로 손흥민(2골)보다 많은 득점을 했다. 특히 그는
높은 성공률 덕분에 팀에서 페널티킥까지 전담한다. 물론 손흥민과 케인이 41골을 함께 만들며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합작골을 기록한 ‘
명콤비’인 만큼, 두 선수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리버풀 다르윈 누녜즈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협회(FA) 커뮤니티실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레스터/AP 연합뉴스
올 시즌 벤피카(포르투갈)에서 프리미어리그로 둥지를 옮긴 누녜즈와 맨시티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제주스도
득점왕 경쟁에 참여할 전망이다. 누녜즈는 지난 시즌 주로 측면공격에 치중했던 리버풀이 공격 루트 다양화를 위해 영입한 중앙 공격수다. 이미 맨시티와 커뮤니티실드 경기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신고식도 치렀다.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제주스는 맨시티에선 주로 2선 지원 역할을 맡았으나, 그간 득점력이 빈곤했던 아스널에선 골 넣는 공격수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제주스는 30일 열린 세비야와 친선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자신도 폭격기로 변신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스널 가브리엘 제주스가 3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 세비야와 친선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도 희망이 있는 건, 손흥민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우수한 선수를
대거 영입한 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디 애널리스트>는 “콘테 감독 밑에서 손흥민이 기록한 골당 평균 시간(117분)과 득점 전환율(30.7%)은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뛴 이래 최고”라며 “윙어 이반 페리시치 영입으로 손흥민은 그의 뒤에 또 다른 창조적인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연 이번 시즌 골든부트는 누구에게 향할까. 손흥민은 오는 6일 사우샘프턴과 펼치는 리그 개막전에서 득점왕을 향한 첫 발걸음을 시작한다. 사우샘프턴은 2020시즌 손흥민이
잉글랜드 무대 첫 해트트릭과 한 경기 최다골(4골)을 기록했던 팀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