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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이 아닌 세상을 바꾼 ‘카탈루냐의 별’

등록 2023-03-08 07:00수정 2023-03-22 18:37

[박강수 기자의 인, 플레이]전승행진’ 바르셀로나의 심장’, 알렉시아 푸테야스
FC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주장 알렉시아 푸테야스(가운데)가 지난해 10월 팀 동료들과 자신의 두번째 발롱도르 수상을 기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FC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주장 알렉시아 푸테야스(가운데)가 지난해 10월 팀 동료들과 자신의 두번째 발롱도르 수상을 기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올 시즌 유럽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프로축구팀은 FC바르셀로나 페메니(이하 바르셀로나)다. 스페인의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 프리메라 디비시온 페메니나에서 20경기를 치러 모두 이겼다. 골득실은 무려 81점(85득점 4실점). 초현실적인 기록이지만 놀라긴 이르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리그 30경기를 전부 이겼고, 지지난 시즌에는 리그 34경기에서 33승(1패)을 올렸다. 2021년 6월1일 패배 이후 리그 기준 오늘까지 55연승, ‘무패 행진’도 아니고 ‘전승 행진’ 중이다.

바르셀로나는 원래 이런 팀(?)이 아니었다. 100년 전부터 유럽 대표 명문 클럽이었던 남자팀과 달리 여자팀은 1988년 출범 이후 23년 넘게 리그 우승컵 한 번 들지 못했다. 그랬던 바르셀로나가 당대 여자축구의 지배자 반열에 오른 건 2010년대부터다. 2020∼2021 시즌 트레블(3관왕)을 비롯해 지난 12년 동안 19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이제는 지는 법을 잊은 팀이 됐다. 이 기간 ‘무적 바르셀로나’의 성공 가도 선봉에 있었던 선수는 ‘캡틴’ 알렉시아 푸테야스(29)다.

알렉시아 푸테야스. EPA 연합뉴스
알렉시아 푸테야스. EPA 연합뉴스

푸테야스는 ‘현역 최고’다.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여자축구계에는 ‘메호(메시+호날두) 대전’이 없다. 푸테야스는 지난 2년간 축구 선수 개인에게 주는 상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독식했고, 유럽축구연맹 최고의 여자 선수상을 비롯해 받을 수 있는 상은 전부 쓸어담았다. 매년 남녀 최고의 축구 선수 100명을 뽑는 <가디언>은 2년 연속 푸테야스를 1위로 뽑았다. 심지어 지난해 여름부터는 부상으로 여태 결장 중임에도 푸테야스는 정상을 지켰다.

골을 가장 많이 넣는 선수도, 가장 빠른 선수도, 가장 기술이 화려한 선수도 아니지만 그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시가 암암리에 통용된다. ‘긴가민가할 때는 푸테야스에게 패스하라.’ 상대 수비의 빈틈, 동료 공격수의 동선, 그라운드 위 공간의 불균형, 미드필더 푸테야스는 이 전부를 읽어내며 경기를 조립하고 전술을 완성한다. 레반테 시절 그를 지도한 안토니오 콘트레라스 코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연상케 한다”고 평한 바 있다.

세기의 천재를 길러낸 건 허물없는 축구의 즐거움이었다. 푸테야스는 지난해 <플레이어스 트리뷴> 기고 글에서 “축구에는 성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어렸을 적 몰렛 델 발레스(바르셀로나 인근 소도시) 광장과 공원에서 남자아이들과 공을 차고 놀던 소녀는 제가 유일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 말라는 말도 모욕적인 언사도 없었다”며 “제가 운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저의 경험은 모든 소녀들을 위한 일이 되어야 한다. 축구는 모두의 것이다”라고 썼다.

2019년 나이키 광고 화면. ‘꿈을 바꾸지 말고 세상을 바꿔라’라고 쓰여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년 나이키 광고 화면. ‘꿈을 바꾸지 말고 세상을 바꿔라’라고 쓰여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녀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나이키는 당대 여자축구 스타들과 함께한 광고를 내놓으며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띄웠다. “당신의 꿈을 바꾸지 마세요. 세상을 바꾸세요.” 지난해 봄 바르셀로나 누 캄프에서는 두 번이나 9만1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해 푸테야스와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지켜봤다. 두번 모두 여자축구 역사상 최다 관중 신기록이었다. 최전선에서 세상의 변화를 지켜봐 온 푸테야스는 이 역사가 쓰이기 두 달 전에 이미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건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예전에는 여자축구의 수요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아야 한다. 제가 경기를 뛰는 20년 동안 세상은 바뀌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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