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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NBA 동양 선수는 불과 0.4%…‘통계〈존재감’ 보여준 와타나베

등록 2023-01-23 09:00수정 2023-01-23 09:48

[박강수 기자의 인, 플레이] 동양 선수 NBA 도전기
브루클린 네츠의 와타나베 유타. AP 연합뉴스
브루클린 네츠의 와타나베 유타. AP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최강의 자리가 바다 건너 이방인들의 몫이 된 지는 몇 년 됐다. 지난 네 시즌 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모두 미국인이 아니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가 두 번,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가 두 번 정상에 섰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지난 14일(현지시각) 기준 최우수선수 레이스 최상단은 차례로 요키치(세르비아),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제이슨 테이텀(미국), 아데토쿤보(그리스), 조엘 엠비드(카메룬) 순이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유럽·아프리카 출신이다.

이를 지켜보는 아시아인들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여기에 동양인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먼저 숫자를 보면 2022∼2023 시즌 엔비에이 로스터에 등록된 491명 중 ‘국제 선수’는 120명(40개국)이다. 이 가운데 동양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이는 두 명, 전체 선수의 0.4%다. ‘축구에는 손흥민이 있고 야구에는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있으나 농구만큼은 어쩔 수 없겠구나.’ 약한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실은 저 0.4%를 봐야 한다. 선입견과 통계 너머 현실 속에서 분투 중인 도전자들의 존재감은 ‘491분의 2’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 올스타팀(위)과 국제 올스타팀의 가상 대결을 상정한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르브론 제임스, 제이슨 테이텀, 앤서니 데이비스(이상 미국팀),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 도만타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캐나다). 국제농구연맹(FIBA) 트위터 갈무리
미국 올스타팀(위)과 국제 올스타팀의 가상 대결을 상정한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르브론 제임스, 제이슨 테이텀, 앤서니 데이비스(이상 미국팀),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 도만타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캐나다). 국제농구연맹(FIBA) 트위터 갈무리

지금 그 대표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브루클린 네츠의 포워드 와타나베 유타(29)다.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일본 토박이 와타나베는 이번이 엔비에이 다섯 번째 시즌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꿈을 좇아 미국행 농구 유학길에 올랐고, 2018년 엔비에이 드래프트 낙방 후 미지명 선수들을 위한 서머리그, 훈련 캠프를 전전하며 매해 근근이 ‘투 웨이 계약’, ‘익시비트(Exhibit) 10 계약’ 등을 따냈다. 일종의 프로농구 ‘추가합격 대기조’다. 한 줌도 안 되는 출전 시간 속에서 그는 생존과 증명, 두 가지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랩터스에서 방출된 와타나베는 다시 훈련 캠프 서바이벌을 거쳐 개막 직전 브루클린 막차를 탔다. 와타나베는 지난해 10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다섯 시즌 동안 개막일 로스터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늘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우선 훈련 캠프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올라가야 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불과 몇 달 전 상황을 돌아봤다.

와타나베 유타. AP 연합뉴스
와타나베 유타. AP 연합뉴스

곡절 끝에 기회를 잡은 그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지금까지 30경기를 뛰었는데 20일 기준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18.3분) 득점(6.9점) 모두 여태까지 중 가장 높다. 다소 조촐해 보일 수 있는 기록이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브루클린의 핵심 식스맨 와타나베를 볼 수 있다. 특히 야투성공률(53.5%)과 3점슛 성공률(50.6%)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1월에는 3점슛 성공률 리그 1위를 찍기도 했다.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 벤 시몬스 등 리그 대표 스타인 동료들의 신뢰를 받아 ‘믿고 쓰는’ 선수로 거듭나는 중이다.

와타나베는 아시아인 최초로 엔비에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야오밍(43·중국)이나 ‘린새니티’로 이름을 떨쳤던 대만계 미국인 가드 제레미 린(35)의 의지를 잇는 동시에 자신만의 새길을 내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엔비에이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뒤 재도전을 선언한 한국의 이현중(23)은 와타나베에 대해 “정말 ‘리스펙트’(존경)한다. 저랑 비슷한 케이스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흑인이든 백인이든 겁 없이 덤벼들고 깨지면서 더 강해지는 모습을 봤다. 그런 자세를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휴스턴 로키츠 현역 시절의 야오밍(왼쪽). EPA 연합뉴스
휴스턴 로키츠 현역 시절의 야오밍(왼쪽). EPA 연합뉴스

애틀랜타 호크스 시절의 제레미 린(가운데). AP 연합뉴스
애틀랜타 호크스 시절의 제레미 린(가운데). AP 연합뉴스

이현중이 지난 13일 서울 3Ps 퍼포먼스랩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현중이 지난 13일 서울 3Ps 퍼포먼스랩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숫자로 돌아가자. 국제농구연맹(FIBA)이 추산하는 세계 농구 인구는 약 4억5000만명이다. 정식 계약을 맺고 엔비에이 로스터(팀당 15명)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는 450명, 즉 백만분의 1 확률이다. 입성 뒤 버텨내는 이들의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와타나베는 이 바늘구멍을 뚫어냈고 이현중은 바늘구멍을 향해 정진 중이다. 더 많은 부와 편안한 조건을 마다하고 꿈을 좇는 이들에게 ‘동양인이 할 수 있을까’라는 냉소는 먹히지 않는다. 이현중은 수없이 마주했을 그러한 단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제가 좋아서 하는 도전이고,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오히려 저를 자극하는 것 같다. 제가 꿈을 좇아 도전하는 게 부러워서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안쓰럽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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