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구’를 향해 진화 또 진화
‘돼지 오줌보’에서 ‘최첨단 폴리우레탄 신소재’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역사는 공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1872년 축구공을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한 이래, 냄새나는 오줌보 공은 사라졌다. 하지만 1963년 피파가 공인구를 도입하기까지 온갖 형태의 공이 등장하면서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서로 자기나라 공으로 쓰겠다고 고집해 전반전은 아르헨티나제, 후반전은 우르과이제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피파는 월드컵에서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 멕시코월드컵부터 공인구를 도입했다. 이 때 나온 것이 아디다스의 점박이 공 ‘텔스타’다. 이후 월드컵 공인구는 아디다스의 전유물이 됐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단체와 스포츠용구회사의 ‘정략결혼’이라고 할 만한다.
여하튼 아디다스가 공인구를 독점한 뒤, 축구공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때 등장한 ‘탱고’는 완벽한 가죽 박음질로 완전방수와 함께 탄력과 회전력의 혁신을 일으켰다. 1986 멕시코월드컵 때는 100% 인조가죽의 ‘아즈테카’가 나왔다. 이후 공은 방수와 탄성,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퀘스트라(1994 미국월드컵), 트리콜로(1998 프랑스월드컵), 피버노바(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32개의 조각을 14개로 줄여 더욱 완벽한 원형구조를 구현했다는 ‘팀 가이스트’가 등장했다. 설기현은 “공이 탄력이 좋아져 슈팅을 강하게 하는 공격수에게는 좋지만 컨트롤이나 패스를 할 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가이스트는 팀워크를 생명으로 하는 한국팀에게 독이 될까, 약일 될까? 오태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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