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시우, 잉글랜드의 존 테리,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네스타
테마로 보는 월드컵 스타 ⑥수비수
공격수는 10번 실수하다 한번 넣으면 영웅이 되지만, 수비수는 10번 잘하다가 한번 실수하면 역적이 된다. 1995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수비수는 한명도 뽑히지 못했다. 궂은 일은 도맡아 하지만 빛 한번 보기 힘든 운명을 짊어진 것이다. 그러나 걸출한 수비수 없이는 누구도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수 없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중앙수비수들은 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다.
루시우, 존 테리, 네스타 ‘빅3’=독일월드컵 우승 후보국을 보면 최고의 중앙수비수들이 보인다. 브라질에는 1m88, 84㎏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루시우(26·바이에른 뮌헨)가 있다. 악착같은 공중볼 차단, 문전 혼전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명수비수다. 공격 때는 상대문전에 침투해 위협적인 헤딩슛까지 선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무대에서 결승까지 7경기 철벽수비로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겼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에 처녀출전하는 존 테리(26·첼시)가 중앙수비의 핵이다. 정통 첼시맨으로 2004년 주제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부쩍 성장해, 기존의 주전 리오 퍼디넌드(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솔 캠벨(32·아스널)을 제쳤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과 넓은 시야, 은근한 카리스마로 그라운드를 장악해 나간다. 헤딩슛 능력도 위협적이다.
카테나치오(자물통수비)로 월드컵을 3회나 제패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에는 알레산드로 네스타(30·AC밀란)가 버티고 있다. 1998·2002 월드컵에 출전했다. A매치 70경기 이상을 뛴 노련미가 돋보인다. 공간장악과 예측력, 개인기술, 승부근성으로 위험지역 안으로 상대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축구를 이끄는 것은 뛰어난 개인능력이 아니라, 한국 터키 그리스 체코 등이 갖고 있는 팀 정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투성을 중시한다.
또 다른 경쟁자들=A매치 90회 이상 출전한 이탈리아의 파비오 칸나바로(33·유벤투스)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중앙수비 요원이다. 프랑스에는 장-알렝 붐송(25·뉴캐슬 유나이티드), 아르헨티나는 로베르토 아얄라(33·발렌시아)가 있다. 오른쪽 윙백에서 중앙수비수로 보직을 바꾼 스페인의 카를레스 푸욜(26·FC바르셀로나)은 1m78·80㎏의 단단한 체구로 길목을 차단하는 예측력과 상대를 놓치더라도 교묘한 반칙으로 끊는 경기운영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포르투갈은 히카르두 카르발요(26·첼시)가 수비 중추를 맡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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