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 보는 월드컵 (9)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
수비형 미드필더는 그라운드의 ‘1차 저지선’이다. 이 선이 무너지면 뒤에 버틴 수비벽이 연쇄적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그라운드의 ‘고독한 투사’다. 압박이 중요한 현대축구에서 그들은 중원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는 핵심 전사들이다. 자기 자리를 지킬 것인가, 동료 쪽으로 이동해 수적 우위를 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자리다. 공을 낚아채 바로 전방으로 침투시키는 그들은 ‘역습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클로드 마켈렐레(33·첼시)와 브라질의 에메르손(30·유벤투스)이 이 포지션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스타들이다.
■ ‘레블뢰의 지킴이’ 클로드 마켈렐레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독일월드컵 본선 G조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혀야 할 장벽이 바로 마켈렐레다. 그는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와 함께 프랑스의 중앙미드필드에 촘촘한 방어막을 치고 있다.
마켈렐레는 아프리카 중부내륙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레) 킨샤사에서 태어난 ‘꼬맹이’였다. 콩고축구대표팀 출신인 부친을 따라 4살 때 프랑스로 이주해 축구로 꿈을 키웠다. 지금도 1m74에 불과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의 발에 족쇄를 채운다.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몸싸움은 강력하지만 항의가 거칠지 않아 심판들도 좋아한다.
그의 축구인생은 2000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꽃을 피웠다. 이적 첫 해 팀의 리그 우승, 이듬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에 버팀목이 됐다. 마켈렐레가 2003년 1660만파운드(293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간 뒤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견인했다.
마켈렐레는 프랑스가 우승한 1998 월드컵과 유로 2000년 때는 ‘레블뢰’의 일원이 아니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교체멤버였다. 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는 프랑스팀의 중심축이다. 그는 2004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으나, 프랑스가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고전하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릴리앙 튀랑(유벤투스)와 함께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단과 티에리 앙리(아스널) 등이 1선에서 마음놓고 뛰는 것은 그가 뒤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삼바군반의 철벽’ 에메르손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브라질대표팀의 주장 둥가의 뒤를 잇는 에메르손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삼바군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앞둔 훈련에서 재미삼아 문지기를 보던 중 몸을 날리다 어깨를 다쳐 본선출전이 좌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브라질이 독일월드컵에서 호나우디뉴(FC바르셀로나)-아드리아누(인테르밀란)-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카카(AC밀란) 등 ‘매직 4인방’을 전방에 자유롭게 가동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에메르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회전이 빠르며 2선에서의 슈팅력도 강하다는 평가다.
에메르손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뛰던 1999~2000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2000~2001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로 옮겨 18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겼다. 레알 마드리드가 첼시로 떠난 마켈렐레의 대안 1순위로 떠올린 선수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는 2004년 AS로마 감독이던 파비오 카펠로가 있는 유벤투스로 옮겼고, 올해 팀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한-일월드컵 때 브라질의 우승을 방송으로 봐야 했던 에메르손은 브라질 언론 <에스타드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우리는 우리만 집중하면 된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랑스의 싸움닭 마켈렐레…체력·패스 일품
에메르손, 브라질 ‘매직 4인방’의 든든한 ‘백’
이밖에 잉글랜드 스티븐 제라드(26·리버풀), 아르헨티나 에스테반 캄비아소(26·인테르밀란), 네덜란드 필립 코쿠(36·PSV에인트호벤), 이탈리아 안드레아 피를로(27·AC밀란) 등이 각국의 허리를 지키는 싸움꾼들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마켈렐레는 프랑스가 우승한 1998 월드컵과 유로 2000년 때는 ‘레블뢰’의 일원이 아니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교체멤버였다. 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는 프랑스팀의 중심축이다. 그는 2004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으나, 프랑스가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고전하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릴리앙 튀랑(유벤투스)와 함께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단과 티에리 앙리(아스널) 등이 1선에서 마음놓고 뛰는 것은 그가 뒤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메르손, 브라질 ‘매직 4인방’의 든든한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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