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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보는 월드컵 스타 ⑦검은 대륙의 기수들 이번엔 누가 ‘검은 돌풍’의 주인공이 될까? 유연한 몸놀림과 용수철 같은 탄력, 빠른 스피드. 축구의 양대 산맥이던 유럽과 남미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버린 아프리카 축구는 4년을 주기로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 파파 부바 디오프를 앞세운 세네갈은 전 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누르며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8강까지 오른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아프리카 팀 중 한팀은 반드시 16강 이상까지 진출했고, 이들을 얕보던 축구강호들은 번번이 희생양이 돼야 했다. 검은 돌풍의 주역들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위해 ‘게르만 땅’으로 몰려들고 있다. ■ ‘상아 해안’의 검은 진주 드로그바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3조 예선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사뮈엘 에투(25·FC바르셀로나)가 버틴 강호 카메룬을 승점 1점차로 밀어내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디디에르 드로그바(28·첼시)라는 걸출한 골잡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셰프첸코의 우크라이나를 만만하게 볼 수 없듯이, 드로그바의 코트디부아르 역시 ‘복병’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세르비아-몬테니그로와 함께 코트디부아르가 속한 C조가 ‘죽음의 조’로 꼽히는 이유이기도하다. 드로그바는 독일월드컵 아프리카 예선(10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아프리카에서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에 이어 득점랭킹 2위였다. 드로그바의 득점력은 2005~2006 잉글랜드 프리리어리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완전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12골을 터뜨리며 첼시의 리그 2연패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문전에서 순간 스피드가 빠르고, 장신으로 헤딩력까지 겸비한 전천후 골잡이다. ■ ‘490억원의 사나이’ 에시앙 2005년 여름 ‘부자구단’ 첼시가 올랭피크 리옹(프랑스)의 마이클 에시앙(24·가나)을 데리고 오면서 지불한 돈은 2440만파운드(490억원)였다. 축구팬들은 ‘거품’이라며 그와 구단을 비난했지만,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를 넘나들며 경기를 조율하는 그의 능력은 ‘첼시 선수 중에 카메라에 제일 많이 잡힌다’는 평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라르 울리에 전 리옹 감독은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파트리크 비에라(프랑스)급 선수”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거친 수비로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면서 위력적인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노리기도 한다. 가나가 아프리카 예선 2조에서 1위로 독일행 티켓을 따낸 것도 에시앙이 버틴 허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 토고의 희망 아데바요르 한국이 조별리그 첫 상대인 토고를 잡기 위해선 ‘토고 전력의 절반’ 이상으로 평가받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2·아스널)의 높이(190㎝)와 스피드를 막아내야 한다. 2005~2006 시즌 프리미어리그 13경기에 나가 4골 4도움의 활약을 펼쳤고, 이미 “일대일 견제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 상태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토고의 월드컵 첫 성적표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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