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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4백형’ 토털사커가 대세 “거스 히딩크 감독이 4백 수비를 시도했을 때 우리는 정신이 없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단 한번도 4백을 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코치가 쓴 <영원한 리베로>에 나오는 대목이다. 선수들이 어리둥절한 포메이션이었으니,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 0-5 패배는 어쩌면 당연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 뒤 3백(3-4-3)으로 돌아왔고 월드컵 4강까지 올랐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다시 4백을 도입했으며, 주 전형을 4-3-3으로 고착시켰다. 물론 3-4-3은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다. 유럽을 비롯해 현대축구의 주류는 4-4-2 전형이다. 대개 이 전형에서 새로운 형태가 파생된다. 날개공격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될 때는 한국이나 네덜란드처럼 3명의 공격수를 내세우는 4-3-3 형태로 변화시킨다. 최근 독일월드컵 공식 홈페이지(fifaworldcup.com)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4-3-3 포메이션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까지 했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인 4-4-2를 선호하는데, 두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세로로 세우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림1 참조). 브라질 역시 4백을 기준으로 한 4-2-2-2 형태를 쓰는데, 4백의 양쪽 윙백은 수시로 공격에 가담하도록 한다(그림2 참조). 대신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사실상 수비 몫이 크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축구의 초기 포메이션은 수비 2명, 전원 공격인 2-8라는 극단적 형태도 있었다. 이후 2-3-5, M-M, W-M, 4-2-4 등 형태가 1960년대까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네덜란드는 1974년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토털사커를 제시했고, 1980년대엔 3-5-2 압박축구가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4-4-2가 주도적인 포메이션으로 자리잡았다. 형태상으로는 4백, 내용적으론 전원압박을 펼치는 토털사커가 21세기형 축구라 할 수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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