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한국과 북한 경기뿐 아니라 다른 나라 경기도 흥미를 끈다. 지구촌 32개 축구 강국들은 이미 16강 진출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에 들어갔다. 한국이 속한 B조를 빼고, A조 부터 H조까지 7개 조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남아공-멕시코전 16강 판가름
A조 (남아공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
티에리 앙리(FC바르셀로나)의 ‘핸드볼 파문’으로 톱시드를 받지 못한 프랑스가 사실상 시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대진이다. 북중미 예선 2위 멕시코는 1994년 미국 대회부터 네차례 연속 16강에 올랐다. 역대 개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개최국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이 사실상 16강을 향한 한판 승부다. 남미 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친 우루과이가 복병이다.
잉글랜드, 미국 꺾고 설욕?
C조 (잉글랜드 미국 알제리 슬로베니아)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약체 미국에 0-1로 진 잉글랜드가 60년 만에 복수전에 나선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랭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 호화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까지 노린다. 잉글랜드와 북중미 예선 1위팀 미국의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이집트와 재경기 끝에 올라온 알제리와, 러시아의 ‘히딩크 매직’을 잠재운 슬로베니아는 이변에 도전한다.
‘거포’ 포진한 ‘죽음의 조’
D조 (독일 호주 세르비아 가나)
‘죽음의 조’다. 미하엘 발라크(첼시)와 미로슬라브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이끄는 독일이 한발 앞선 듯 보인다. 유럽 예선에서도 8승2무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꺾고 조 1위를 차지한 ‘발칸의 자존심’ 세르비아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미국과 체코를 연파한 가나도 무게가 느껴지는 팀이다. 핌 베어벡 감독이 지휘하는 호주 역시 대부분 ‘빅리거’로 구성돼 결코 얕볼 수 없다.
유럽 낙농국의 1·2위 ‘혈투’
E조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카메룬)
네덜란드는 유럽 예선에서 8연승을 거두며 실점은 2점에 그쳤다. 유럽 53개국 중 최소 실점. 덴마크는 유럽 예선에서 포르투갈과 스웨덴을 제치고 6승3무1패로 1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1·2위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카메룬(11위)은 피파 순위에서 덴마크(26위)·일본(43위)보다 앞서지만 아프리카 예선에서 감독이 두 차례나 바뀌는 진통을 겪다가 막판 4연승으로 본선에 올랐다.
표정 관리하는 이탈리아
F조 (이탈리아 파라과이 슬로바키아 뉴질랜드)
지난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는 조추첨이 끝난 뒤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유럽 예선 7승3무의 성적이 말해 주듯 유로 2008 참패 이후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로케 산타크루스(맨체스터 시티)가 팀을 이끌며 4연속 본선에 오른 파라과이와, 체코에서 독립한 뒤 처음 본선에 올랐지만 주전 대부분이 독일과 터키 리그에서 뛰는 슬로바키아가 2위 자리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강자들 틈바구니
G조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북한)
D조와 함께 ‘죽음의 조’로 꼽힌다. 브라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강자다. 다만 피파 순위가 2위로 처져 있어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이끄는 포르투갈과,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선봉에 서는 코트디부아르가 2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44년 만에 본선에 초대받은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신화를 다시 쓰기엔 너무나 좋지 않은 대진표다.
순풍 만난 스페인호
H조 (스페인 칠레 스위스 온두라스)
월드컵 첫 정상을 향해 가는 피파 순위 1위 스페인으로선 최적의 조편성이다. 오히려 순위 17위(칠레)와 18위(스위스)가 다투는 2위 자리가 더 관심거리다. 칠레는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9승7무2패)에 이어 2위(10승3무5패)를 차지했고, 승수에서는 오히려 브라질을 앞섰다. 스위스는 조직력이 뛰어나다. 공격력과 고지대 적응력에서 칠레가 약간 앞선다는 평가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