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왼쪽)이 28일(현지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가나와의 2차전에서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강인의 패스와 손흥민의 돌파 뒤 득점. 한국 축구의 간판 둘이 빚어내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과연 둘의 합작골이 나올 것인가.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이 2일 밤 12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최종 3차 포르투갈전에서 집중돼 있다.
한국(1무1패)은 16강 진출을 위해 포르투갈(2승)을 꺾고, 같은 시간 열리는 우루과이-가나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슈퍼스타 이강인(21·마요르카)과 손흥민(30·토트넘)이 있기에 희망을 접을 수 없다.
이강인은 조별리그 1·2차전 후반에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2차 가나전에서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1분 만에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는 조규성(24·전북)의 추격골로 연결됐고, 그가 후반 30분 쏜 날카로운 프리킥 공을 쳐 낸 가나 골키퍼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강인은 이날 짧은 출전 시간에도 8개의 크로스, 3개의 슈팅, 높은 패스 성공률(95.7%)로 게임 체인저 구실을 했다.
이강인 효과는 팀 전체의 활성을 높인다. 그가 중원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손흥민이 득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커진다. 빠르게 빌드업 작업이 이뤄지고, 역습 시 공간을 파고드는 이강인의 예리한 패스를 통해 손흥민의 드리블 돌파와 슈팅의 강점이 살아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30일(현지시각) 열린 팀 훈련에서 이강인과 손흥민을 같은 조에 배치해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가나전에서 스트라이커 조규성과 득점포를 합작한 만큼, 이강인의 가세는 팀 공격력을 키운다.
벤투 감독도 이강인의 역량에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다만 문제는 선발이냐, 조커냐의 판단 여부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3월 한일전(0-3 패)을 제외하면 이강인을 선발로 투입한 적이 없다. 당시 제로톱으로 최전방에 나선 이강인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 감독과 이강인이 서먹해지기 시작한 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강인을 바라보는 벤투 감독의 시선은 달라졌다. 반 박자 빠른 예리한 이강인의 크로스 능력은 강적 포르투갈에 맞선 한국팀의 검증된 무기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포르투갈의 스피드, 경기 운영, 역습 전환은 강력하다. 한국이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골 차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이강인과 손흥민, 조규성의 골 합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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