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는 척 하지마!
유럽축구판은 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진지 오래다. 돈많은 명문클럽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잉글랜드의 첼시나 아스널 등은 10개국이 넘는 국적의 선수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들이 ‘헤쳐모여’할 시각이 다가왔다.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제의 ‘동지’들이 16강 진출의 사활을 걸고 오늘의 ‘적’으로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들에겐 고통일지 모르지만 보는 이들에겐 색다른 볼거리다.
2005~200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는 최전방 공격수 에르난 크레스포(아르헨티나)-아르옌 로벤(네덜란드)-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가 독일월드컵에서 C조에 속해 서로 상대팀에 비수를 꽂아야 하는 처지다. 야신상 후보인 페트르 체흐(체코)는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앙(가나)의 중거리슛을 막아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아스널은 더 얽히고 설켰다. 한국과 함께 G조에 속한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와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는 중앙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스위스)를 뚫고 골을 넣어야 한다. 4백의 핵인 솔 캠벨(잉글랜드)과 애슐리 콜(〃)은 프레데릭 융베리(스웨덴)가 이끄는 ‘바이킹 전사’들과 B조에서 맞붙는다. 네덜란드의 신예 공격형 미드필더 로빈 반페르시는, 콜로 투레와 에마뉘엘 에보우에가 버티는 코트디부아르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임무를 맡았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소속팀 동료 미카엘 실베스트르(프랑스)와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하고, 루이 사하(프랑스)의 공격을 1선에서 막아야 한다. ‘죽음의 C조’에서는 맨유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골키퍼 에드윈 판 데사르와 골잡이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가브리엘 에인세(아르헨티나), 네마냐 디비치(세르비아-몬테니그로)와 정면승부를 벌인다.
E조의 이탈리아는 지안루이지 부폰, 잔루카 참브로타, 파비오 칸나바로로 이어지는 유벤투스의 빗장수비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중원사령관’ 파벨 네트베트(체코·유벤투스)가 이들이 버티는 빗장수비를 헤집고 다니는 장면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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