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소집됐던 당시 이현중. 연합뉴스
대학농구를 마치고 미국프로농구(NBA)의 문을 두드렸던 이현중(22)의 첫 번째 도전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현중은 2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2022 미국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미국프로농구 드래프트는 전체 30개 구단이 참가해 1·2라운드에 걸쳐 각각 두 번씩 60명의 신인 선수에 대해 차례로 배정받은 지명권을 행사하는 선발 자리다. 올해는 마이애미 히트와 밀워키 벅스가 사전 접촉(템퍼링) 위반으로 지명권을 하나씩 박탈당해 58명으로 입구가 더 좁아졌다. 2라운드 마지막 인디애나 페이서스 순서까지 이현중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이현중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모교이기도 한 미국 데이비슨대에서 3시즌 동안 주전 슈팅 가드로 활약했다. 올해 팀을 4년 만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 본선에 진출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 4월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낸 그는 5월 G리그(NBA 하부리그) 엘리트 캠프에 참가했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엘에이(LA) 레이커스, 브루클린 네츠 등 각 구단의 워크아웃(드래프트 전 실전 면접)에 초청받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애덤 실버 미국프로농구 총재(가운데)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2022 미국프로농구 드래프트 1라운드 발표를 마치고 단상에 서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이번 신인 중에서도 특급 슈터 자원이었던 이현중은 2004년 하승진(46순위·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이후 18년 만에 두 번째 한국인 미국프로농구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수비력과 운동능력을 약점으로 지적받으면서 현지 매체의 모의 드래프트 명단에 들지 못해 왔고, 지난 23일에는
왼발 뼈와 인대를 다치는 등 불운이 겹치기도 했다.
결국 꿈의 무대에 직행하는 데 실패했지만 ‘투웨이 계약’(G리그와 NBA리그를 오가면서 뛸 수 있게 하는 계약)과 같은 방법이 남아 있다. 미국프로농구 전문 칼럼니스트 키스 스미스는 이날 트위터에 “이현중이 드래프트되지 않는다면 그는
최우선으로 투웨이 계약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의 드래프트 분석가인 조너선 기버니 역시 드래프트가 마무리되자마자 트위터에
‘드래프트되지 못한 선수 중 최고의 유망주’ 명단을 올리면서 이현중의 이름을 포함했다.
이현중 본인 역시 이번 드래프트는 도전의 시작일 뿐이라는 각오를 밝혀 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드래프트가 안 돼도 끝은 아니라 생각한다. 반대로 드래프트가 되어도 그 도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은 파올로 반케로(오른쪽)가 애덤 실버 미국프로농구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뉴욕/USA투데이 연합뉴스
한편, 이날 유력한 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꼽혔던 파올로 반케로(20·듀크대), 자바리 스미스(19·오번대), 쳇 홈그렌(20·곤자가대) 중에서는
반케로가 올랜도 매직의 지명을 받아 첫 드래프트 모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서 홈그렌이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스미스가 휴스턴 로키츠 유니폼을 입으며 각각 2·3순위를 차지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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