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손흥민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가 주는 행복이었다. 삶의 오아시스 같았다.”(이영표 강원FC 대표)
“K리그가 활로를 제시했다. 팬이 즐거워야 한다.”(김대길 해설위원)
1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토트넘 친선경기에 전문가들도 놀란 분위기다. 경기에서 9골(토트넘의 6-3 승)이나 터졌지만, 골 장면은 하나하나 그림 같았다. 내용도 충실했다. 올스타격인 팀 K리그의 선수들은 설렁설렁하지 않았다. 토트넘 선수들도 휴식기 동안 훈련량이 부족했지만 전심전력을 다 해서 뛰었다. 201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유벤투스)가 K리그 올스타와 경기에 ‘노쇼’하면서 벌어진 ‘날강두’ 사태와는 전혀 달랐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칭찬했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큰 것은 손흥민 효과다. 이날 6만4천여 관중은 손흥민의 팬이라 볼 수 있다. 토트넘 선수를 잘 알고 있어 해리 케인, 루카스 모라, 에릭 다이어 등이 활약할 때마다 홈팬처럼 응원했다. 손흥민은 후반 페널티킥 골을 성공했는데, 나중에 “케인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후반 3분께 손흥민을 투입했는데, 이것 또한 “팬의 열광을 끌어내기 위한” 감독의 배려였다.
손흥민의 존재는 독특한 응원 풍경도 연출했다. 관중은 누가 골을 넣어도 환호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1년에 한두 번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누가 이겨도 상관없이 관중은 행복감을 느꼈다. 축구가 단조로운 삶에 오아시스 같은 활력소가 됐다”고 평했다.
K리그 선수들도 만원 관중 앞에선 ‘국가대표급’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이승우는 “더워 힘들다”라고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는 펄펄 날았다. 조규성의 전반 헤딩 동점골은 100여 개국 이상 송신된 이 날 경기에서 K리그의 가치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김상식 팀 K리그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클래스를 봤다. 토트넘을 상대하면서 선수들이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는 올스타 경기가 긴장감 없이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 반대로 호날두의 ‘노쇼’ 사건이 재발해서도 안 된다. 마침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은 두 가지 걱정을 해소해준 맞춤 상대가 됐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팬은 좋은 팀과의 경쟁을 보고 싶어하는 갈증이 있다. K리그가 A매치를 뛰어넘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는 축구 중계의 패러다임 전환도 알렸다. 지상파를 통해 누구나 관심 있는 축구경기를 볼 수 있었던 ‘보편적 시청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이날 경기를 모바일에서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서구의 80대 축구팬은 “너무 한다. 휴대폰으로 보라고 하는데 난 보이지도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재방송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통해 프리시즌 경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지훈련도 하고, 유소년 클리닉 등을 통해 좋은 이미지도 확보했다. 해외 방송 중계권 등의 수익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신드롬을 통해 팬들은 스포츠 현장의 급변하는 파노라마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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