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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로 문어발 확장 사우디, 여자월드컵에서도 통할까?

등록 2023-06-07 15:36수정 2023-06-08 13:46

2022년 6월 리브(LIV) 골프에 진출한 뒤 제명됐던 미국 프로골퍼 브룩스 켑카. EPA 연합뉴스
2022년 6월 리브(LIV) 골프에 진출한 뒤 제명됐던 미국 프로골퍼 브룩스 켑카. EPA 연합뉴스

약 6개월 전,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기적을 썼다. 본선 진출국 중 최약체로 꼽히던 이 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를 만나 완벽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선보이며 2-1 승리를 따냈다. 세계가 놀랐고, 사우디는 축제를 벌였다. 이른바 ‘루사일의 기적’이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눈물을 삼켰지만, 대다수 팬들은 사우디에 박수를 보냈다. 사람들은 이 승리가 스포츠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6일 밤(한국시각) 사우디가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지원하는 리브(LIV) 골프는 이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디피(DP) 투어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소송과 비난으로 얼룩졌던 약 2년의 갈등을 끝내고, 합작 법인을 만들어 ‘동업자’가 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남자골프 패권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던 양쪽이 극적 합의를 만들어낸 모양새였지만,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자 거부 우선권을 보장하는 등 사우디에 유리한 조항이 포함됐다. 영국 <가디언>은 “사우디의 승리”라고 했다.

이날 사우디가 거둔 승리는 현대 스포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분명하게 보여줬다. 바로 ‘돈’이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축구, 골프, 레이싱, 이(e)스포츠 등 전방위적 확장을 꾀하던 사우디는 그간 많은 저항에 부딪혔다. 특히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게 골프였다. 피지에이 투어는 ‘인권’을 앞세우며 리브 골프에 맞섰고, 9·11테러 유가족까지 끌어들여 리브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배신자 혐의를 씌웠다. 그리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피지에이 투어는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사우디가 자본 경쟁에서 미국을 눌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우디 알이티하드로 이적한 카림 벤제마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 전 그가 14년 동안 차지했던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벤제마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발롱도르다. 벤제마는 2022년 발롱도르를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 누리집 갈무리
사우디 알이티하드로 이적한 카림 벤제마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 전 그가 14년 동안 차지했던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벤제마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발롱도르다. 벤제마는 2022년 발롱도르를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 누리집 갈무리

승리는 골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피지에이 투어와 리브 골프가 합병을 선언한 다음날(7일), 사우디 프로축구 알이티하드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카림 벤제마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벤제마는 3년 계약을 했는데, 현지 언론은 그가 받을 연봉이 2억유로(약 28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고 명문 구단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프리메라리가 4회 우승, 그리고 2022년 발롱도르 수상까지 일궜던 벤제마는 14년 만에 그렇게 사우디로 떠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디는 2021년 ‘스포츠 워싱’ 비판을 받으면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을 인수해 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올렸고, 2022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를 데려왔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과 계약이 끝난 메시도 사우디에 갈 수 있다는 이적설이 끊이지를 않는다. 2016년 정유업 일변도였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며 스포츠와 관광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지 7년 만에 전방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시선은 오세아니아로 향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2023 여자월드컵이 올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데, 사우디 관광청은 브랜드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를 통해 이 대회를 후원한다. 피파는 개최국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밀어부치고 있는데, 이 역시 오일머니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벌어졌던 ‘무지개 완장’ 논란도 다시 펼쳐질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피파가 카타르에서처럼 선수들의 메시지를 억누르고자 한다면,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물러날 가능성이 적다”며 “그들 다수는 이미 사우디를 비롯한 각종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있고, 최근 동일 임금 문제 같은 다양한 싸움에서 승리하며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영국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022년 11월21일(한국시각) 카타르월드컵 이란과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차별 반대’ 완장을 팔뚝에 차고 있다. 당시 피파는 선수들이 성소수자 지지를 뜻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는 걸 금지하는 대신 자신들이 준비한 완장을 차게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022년 11월21일(한국시각) 카타르월드컵 이란과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차별 반대’ 완장을 팔뚝에 차고 있다. 당시 피파는 선수들이 성소수자 지지를 뜻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는 걸 금지하는 대신 자신들이 준비한 완장을 차게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분석은 단순히 서구 언론의 희망 섞인 전망일까, 아니면 여자월드컵이 정말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우디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여자월드컵은 오는 7월 개막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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