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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엄만 암세포와, 난 얼음판과 싸웠다

등록 2007-02-13 11:10수정 2007-02-13 14:47

정은주(19·분당 서현고3)
정은주(19·분당 서현고3)
정은주, 헝가리 쇼트트랙 월드컵 2관왕 우뚝
중3때 “암투병 어머니 위해” 맹연습 뒤 두각
모녀의 기도
‘엄마, 이제 아프지 마’
‘은주야, 잘해야 해’

열다섯살 때까지 정은주(19·분당 서현고3)는 쇼트트랙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다른 이들은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화를 신었지만, 정은주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이모 손에 이끌려 처음 빙상장에 갔다.

“순발력과 체력이 좋다”는 코치의 말에 덜컥 쇼트트랙을 시작했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대회에서 성적까지 나지 않으니 자연스레 흥미도 떨어졌다.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거 해야 돼?”라며 부모님께 투정도 부렸다.

하지만 그해, 어머니가 갑작스레 유방암 수술로 입원을 했다. 분당 서현중 3학년이던 정은주의 생각도 바뀌었다. 어머니가 병실에서 암덩어리와 싸우고 있을 때, 정은주는 얼음판과 싸웠다. “병상에 있는 엄마에게 금메달 안겨드리겠다고 정말 피눈물나게 연습하더라.” 당시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회상이다. 그렇게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해 처음으로 주니어대표팀에 선발됐고, 세계무대에도 섰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그의 탄탄한 몸과 어우러지면서 한 단계 도약할 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뒤늦게 국제무대에 나선 정은주는 동갑내기 진선유(광문고3)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쇼트트랙 5관왕에 올랐지만, 진선유의 토리노겨울올림픽 3관왕에 가렸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2007 창춘겨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1500m에서 한국선수단에 처음 금메달을 안기면서 쇼트트랙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러더니 1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막을 내린 쇼트트랙 월드컵 6차대회에서는 여자 1500m와 1000m에서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창춘겨울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고 1일 귀국 이후 4일 헝가리로 날아가는 강행군을 했음에도 올린 성적이라 더욱 값졌다. 그의 최대 라이벌이자 친구인 진선유는 발목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정은주(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9일 창춘 겨울아시아경기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중국의 왕멍을 앞지르며 선두로 나서고 있다. 진선유가 3위로 달리고 있다. 창춘/연합뉴스
정은주(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9일 창춘 겨울아시아경기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중국의 왕멍을 앞지르며 선두로 나서고 있다. 진선유가 3위로 달리고 있다. 창춘/연합뉴스


정은주의 어머니, 조선녀씨는 “은주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제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는 힘들어 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이들은 경기 때면 몸이 무겁다고 밥을 안 먹는데 은주는 꼭 밥을 챙겨먹고 나간다. 보약 한번 해준 적이 없는데 체력이 좋은 것을 보면 아마 밥심인가 보다”며 웃었다. 정은주가 헝가리에서 금메달을 따고 있는 동안, 조씨는 딸을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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