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구-오영란 커플이 지난달 30일 밤 도쿄 한 호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밝게 웃고 있다. 도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태릉서 눈맞은 ‘천생연분’
도쿄서 나란히 승리 수훈
“함께 국외진출 하는게 꿈”
도쿄서 나란히 승리 수훈
“함께 국외진출 하는게 꿈”
36.5˚C 데이트 / 남녀핸드볼 대표팀 ‘골키퍼 부부’ 강일구·오영란
한국 남녀핸드볼이 베이징올림픽 동반진출의 꿈을 이룬 지난달 30일 저녁, 국제핸드볼연맹(IHF) 주최로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송별파티의 주인공은 단연 강일구(32)-오영란(36) 골키퍼 부부였다. 둘은 나란히 대회 남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이들이 호명될 때마다 동료선수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흥을 돋웠다. 이들은 어느새 결혼 6년차 부부다. 예쁜 딸 서희도 낳았다. 학창시절에 만나 4살 연상연하 커플로 살아온 얘기를 들여다봤다.
■ 첫 만남=오영란이 신갈여고 3학년 때, 강일구는 남한중 2학년이었다. 둘은 이 즈음 처음 만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사춘기 학생선수들은 대개 고교생 누나와 연습경기를 할 때 일부러 신체접촉을 하기도 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오영란이 “정말 그러냐?”고 묻자, 강일구가 “다 그래”라고 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강일구는 골키퍼라 그런 추억은 없다.
■ 연애=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눈이 맞았다. 토요일 오전마다 태릉선수촌 불암산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다치는 바람에 걸어서 산을 올라갔다. 데이트가 따로 없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만 정이 들고 말았다. 주말에 선수촌을 나가면 서로 연락해 데이트를 즐겼다. 한번은 오영란이 물었다. “우리 이러다 정들면 어쩌지?” 강일구가 답했다. “그냥 흐르는 대로 가는 거지 뭐.” 둘은 새벽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밀어를 나눴다. “그땐 왜 그렇게 서로 잘 통하는 게 많았던지….”(오영란)
■ 결혼=둘이 사귄다고 해도 믿지 않던 핸드볼 선후배들 앞에서 2002년 5월, 결혼식을 올렸다. 마침 경기도 오산 오영란의 친정집 앞에 강일구의 소속팀(당시 코로사) 숙소가 있어 근처에 신방을 얻었다. 오영란은 다혈질에 성격이 급하고, 강일구는 잔소리가 많고 꼼꼼하단다. 오영란은 “결혼하고 나니 맞는 게 없다”며 푸념했다. 딸 얘기가 나오자 강일구는 “눈은 나를 닮았어야 하는데…”라며 웃었다. 이따금 티격태격하지만 강일구는 자상하게 영양제 등을 챙겨주는 아내가 그저 사랑스럽다.
■ 생활=강일구는 2년 전, 인천도시개발공사로 팀을 옮겼다. 아내도 최근까지 인천 효명건설 소속이었다. 둘은 인천시 학익동의 한 아파트에 산다. 오영란은 “서희도 시댁에 맡겨서 집에 아무도 없다. 집을 하도 비워서 가구에 습기가 다 찼다”고 했다. 남편도 “전기와 가스 계량기가 올라가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지난달엔 가스비가 16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 꿈=두말 할 나위없이 국외진출이다. 돈과 명예 때문이다. 사실 둘은 24평 7천만원짜리 전세에 산다. 핸드볼 스타 커플치곤 초라하다. 후배들도 국외에 많이 나가 있는데 이들에게 국외진출 기회가 없었을 리 만무하다. 오영란에게 노르웨이 팀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남편 팀까지 주선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핵심전력을 내줘야 하는 소속팀으로선 난색이다. 더 나이들기 전에 이왕이면 같은 나라에 진출하는 게 부부 골키퍼의 꿈이다.
도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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