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 특집

값진 은빛 질주…에이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등록 2022-02-11 21:56수정 2022-02-12 00:48

최민정, 쇼트트랙 1000m 은메달
평창때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에
이번엔 혼성계주·500m 불운 딛고
마침내 폭발적 질주로 시상대에

최민정이 11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이 11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에이스’는 끝내 메달을 목에 걸었고, 참았던 눈물을 빙판 위에 쏟아냈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첫 메달이다. 세계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 단 0.052초 뒤졌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는 쉬자너 스휠팅,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크리스틴 샌토스(미국) 등 강자들이 즐비했다. 최민정은 이날 준결승에서도 조 3위로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유감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긴 여정이었다. 특히 최민정에겐 더욱 그랬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관왕인 최민정은 뛰어난 실력에 비해 유독 아쉬운 기억이 많았다. 평창 대회 땐 500m에서 실격해 메달을 놓쳤고, 1000m에선 팀 동료 심석희(25·서울시청)와 충돌해 탈락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굴곡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한국은 지난 시즌 국제대회 참가가 사실상 막히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터져 나온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에서 최민정과의 고의충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위를 꾸려 고의충돌 의혹은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최민정은 심정적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베이징에서도 고된 날들은 계속됐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 최대 5관왕까지 노렸다. 하지만 5일 열린 혼성계주 2000m부터 예선 탈락했고, 7일 열린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는 ‘꽈당’ 불운을 겪으며 탈락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한국 500m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에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민정은 인터뷰 때마다 단단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는 이번 대회 500m 때 자신을 비롯해 많은 선수가 빙판 위에 넘어져 탈락했음에도, 빙질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맞설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려고 애썼다. 그는 결승선을 지나고 나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자부심이다. 개막을 앞두고 쇼트트랙이 부진과 내홍을 겪으며 ‘위기’라는 말을 들을 때도,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라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 9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반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질주로 순위(3위→2위)를 뒤집으며 팀을 구하는 모습이야말로 최민정의 진면모다.

이제 첫 메달이다. 아직 최민정은 여자 1500m와 30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다. 에이스의 질주는 이제야 시작됐을 뿐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네일, 180만달러에 KIA와 한 해 더 동행 1.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네일, 180만달러에 KIA와 한 해 더 동행

선수 은퇴 2년 만에 최고 사령탑 된 ‘마흔살’ 무명 감독의 특별함 2.

선수 은퇴 2년 만에 최고 사령탑 된 ‘마흔살’ 무명 감독의 특별함

K리그 승강 PO 관심 뜨겁네…서울-전북전 10분 만에 매진 3.

K리그 승강 PO 관심 뜨겁네…서울-전북전 10분 만에 매진

“농구계가 변하고 있다”…고양 소노 사령탑 교체 의미는 4.

“농구계가 변하고 있다”…고양 소노 사령탑 교체 의미는

“40-40 달성했다면 야구 쉽게 봤을 것” 신중·겸손 강조한 MVP 김도영 5.

“40-40 달성했다면 야구 쉽게 봤을 것” 신중·겸손 강조한 MVP 김도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