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축구 대표팀이 1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이란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지고도 4강에 오를 수 있을까?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피파(FIFA)랭킹 148위 홍콩은 1일 20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에서 이란(21위)을 1-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대이변이다. 홍콩은 1951년 아시안게임이 출범한 이래 한 번도 남자축구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반면 이란은 금메달 4개로 한국(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나라다. 은메달 2개·동메달 1개도 있다.
홍콩은 4강 맞상대인 일본(19위)은 물론, 반대쪽 4강 진출팀인 한국(26위)과 우즈베키스탄(75위)에도 순위가 한참 밀린다. 아시안게임은 남자축구에 나이 제한(이번 대회는 24살 이하)이 있어 피파랭킹을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지만, 뜻밖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더욱 놀라운 건 홍콩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전 전패를 당했다는 점이다. 홍콩은 조별리그 C조에서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한 조였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축구 대표팀이 대회에 불참하며 자동으로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조직위 결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맞붙는 방식으로 리그 일정을 진행해 모두(0-1, 1-2) 패했지만,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대진에서도 행운은 계속됐다. 홍콩은 조 2위로 진출하고도, 16강에서 D조 2위 팔레스타인을 만났다. 보통 다른 대회라면 조 2위가 다른 조 1위를 만나지만, 아시안게임은 23개 나라(6개 조)가 출전해 조 1∼2위와 3위 중 상위 4개 나라가 16강에 오르기 때문에 이런 대진이 나왔다. 더욱이 D조는 애초 일본, 카타르, 팔레스타인 3개 나라로 이뤄진 조였다. 약체 팔레스타인이 1무1패를 거두고도 득실차에서 카타르에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홍콩이 행운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홍콩은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6강에서 팔레스타인을 1-0으로 꺾었고, 8강에서는 이란마저 1-0으로 무너뜨렸다. 행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두 번의 승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상 첫 4강 진출이다. “홍콩도 이란을 꺾고 준결승에 가는데 정작 중국은…”이라는 탄식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서 나오는 이유다.
한국 24살 이하 축구대표팀 홍현석(6번)이 1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중국과 경기에서 프리킥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편 홍콩 대표팀 감독은 K리그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했던 욘 안데르센(노르웨이) 감독이다. 안데르센 감독은 2016∼2018년 북한 사령탑을 지냈고, 2018년에는 인천을 지휘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2018시즌 인천의 잔류를 이끌었지만, 2019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리그 초반 경질됐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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