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평영 50m 결승에서 최동열이 동메달 획득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동메달은 금메달에 견줘 시상대 높이가 낮지만,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빛’ 동메달을 따낸 경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특히 수영과 육상 등 한국 체육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던 기초 종목에서 수십 년 만에 역대급 성적을 내 대회를 한층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황금 세대’ 역사를 쓴 수영에서는 평영 종목에서 61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이 나왔다. 최동열(24·강원도청)은 지난달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평영 100m 결승에 진출해 59초28의 기록으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이 종목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최동열이 다시 물꼬를 텄다. 최동열은 29일에도 남자 평영 50m에서 26초93으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동메달을 수확했다.
고등학생 이은지(17·방산고)는 배영 200m 결승에 출전해 25년 만에 ‘노메달 역사’를 깼다.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심민지가 동메달을 목에 건 뒤로 이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2분09초75로 동메달을 딴 그는 “순위를 확인하기 전에 ‘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5년 만에 메달을 땄다는 건 처음 들었는데, 25년 정말 너무 길었다”고 말했다.
이재경(24·광주광역시체육회)은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선수로는 37년 만에 메달(동메달)을 땄다. 다이빙은 중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는 종목인데 이재경은 이 종목에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시상대에 선 선수가 됐다.
10월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고승환(왼쪽부터), 이재성, 김국영, 이정태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오랜 시간 불모지라 여겨졌던 육상 종목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졌다. 남자 단거리 계주팀은 지난 3일 올림픽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38초74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한 남자 계주는 37년 만에 한국 신기록 타이기록을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의 동메달 개수는 4일 기준 70개로 전체 메달 148개(금 33·은 45·동 70) 중 약 절반을 차지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70개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대회에서는 이번과 견줘 수영 종목에선 부진했지만 ‘극한 종목’인 남자 경보 50㎞, 여자 장대높이뛰기, 여자 창던지기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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