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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국가기관 공문 루트를 ‘위조 세탁소’로

등록 2014-04-01 20:54수정 2014-04-02 11:36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현관에 국정원 직원들이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현관에 국정원 직원들이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정원 사무실서 공문서 팩스번호까지 고쳐
외교부·법무부·대검찰청 모두 속았다
조백상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는 2월21일 국회에 출석해, 위조 의혹이 제기된 중국 공문서 3건 가운데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는 조작 문건이 아니고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 정식으로 요청해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 과장(48·일명 ‘김 사장’·구속기소) 등의 공소장을 보면, 조 총영사는 본의 아니게 위증을 했다. 국정원은 공관장이 낌새도 채지 못하게 허위 공문을 만들어 보냈다.

국정원은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 증거를 위조해 제출하면서 중국 기관은 물론이고 외교부와 대검찰청 등 국내 국가기관들도 농락했다. 특히 국정원이 중국 화룡시 공안국 명의를 도용해 선양 총영사관에 팩스로 보낸 공문서 위조본이 다시 선양 총영사관, 외교부, 법무부에 차례로 전달되면서 공신력을 얻었다.

국정원 김 과장과 권아무개(51) 과장은 지난해 11월12일 선양 총영사관 소속 이인철 영사(국정원 파견 직원)가 화룡시 공안국에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요청 공문을 보낼 시각을 오전 10시30분으로 지정해 줬다. 그 시각에 맞춰 ‘제3자’가 팩스를 빼돌리게 해, 화룡시 공안국 직원이 팩스를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김 과장 등은 같은 달 27일 국정원 수사팀 사무실에서 인터넷 팩스 서비스를 통해 미리 위조한 화룡시 공안국 발급사실 확인서를 선양 총영사관에 보냈다. 처음 보낸 문서에 팩스 발신번호가 화룡시 공안국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찍히자, 발신번호를 화룡시 공안국 대표번호로 고쳐 20분 뒤 다시 선양 총영사관에 보냈다. 선양 총영사관은 이날 ‘대검의 수사협조요청 관련 회시’라는 제목의 공문에 이 위조된 중국 공문서를 첨부해 외교부 담당 과장·검찰총장·국가정보원장 등에게 보냈다. 국정원이 유우성(34)씨 간첩 혐의를 입증하려고 위조한 중국 공문서가 공신력 있는 정식 공문으로 둔갑하면서 국가기관 간 공문 루트가 ‘위조 증거 세탁소’로 활용된 것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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