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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버티기에 마침표 못찍는 ‘윗선’ 수사

등록 2014-04-08 20:29수정 2014-04-21 19:21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간첩 증거조작’ 예산 결재한
대공수사국장 “내용은 몰랐다”
검찰, 직접조사 못해 고민
“큰 사건 형식적 결재 말 안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협조 거부 탓에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대면 조사를 못하면 ‘윗선 개입’의 진상 파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8일 검찰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아직 조사 대상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들을 모두 조사하지 못했다. 특히 예산 집행을 결재하는 이아무개 대공수사국장(1급)을 조사하지 못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48·일명 ‘김 사장’)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김씨가 중국 위조업자에게 74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김 과장의 허락을 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국정원 ‘윗선’을 무혐의 처분하려 해도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검토는 마무리됐으나 사람 조사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현재로선 수사 결과 발표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정 당국의 한 인사는 “대공수사국장이 예산 관련 사항을 결재하기 때문에 조사를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국장이 아주 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비공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탈북자 ㄱ씨가 “내가 증언한 사실이 북한에 유출됐다”며 증언 유출자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비공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탈북자 ㄱ씨가 “내가 증언한 사실이 북한에 유출됐다”며 증언 유출자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거조작 지시와 관련된 문서에 결재한 국정원 인사들은 ‘내용을 모른 채 결재만 했다’고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결재를 했다면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내용을 모르고 형식적으로 결재했다면, 이를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일상업무라면 내용을 모르고 결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공수사국에서 간첩 사건은 조직의 명운을 거는 사건이다. 형식적 결재만 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과장이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에게 전문으로 증거조작 관련 지시를 했다는 검찰의 공소 제기 내용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대공수사국은 재외 공관에 전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김 과장이 중국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가짜 사실조회서를 인터넷 팩스 서비스를 이용해 선양 총영사관에 보냈다는 검찰의 판단을 반박하려고 ‘김 과장 컴퓨터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보니 팩스 서비스에 접속한 사실이 없었다’는 입장도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전문을 통한 증거조작 지시를 인정하는 순간 ‘윗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국정원이 결사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전문을 암호화하고 발송하는 일은 1차장 산하 해외공작국에서만 가능하지만, 대공수사국이 해외공작국을 거쳐 전문을 발송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팩스 전송 서비스 이용과 전문을 통한 지시는 모두 입증이 돼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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