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경기록 조작 드러난 무렵
‘재판 증언 유출’ 탄원 탈북자
“국정원이 언론 인터뷰 주선” 밝혀
‘재판 증언 유출’ 탄원 탈북자
“국정원이 언론 인터뷰 주선” 밝혀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비공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탈북자에게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주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증거조작 사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탈북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ㄱ씨는 7일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 공판에서 한 비공개 증언 내용이 유출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가 위험에 빠졌다며, 증언 내용과 재판부에 낸 탄원서를 유출한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앞서 ㄱ씨는 지난해 12월6일 유씨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 유씨가 간첩 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후 1월6일 북한에 있는 딸이 전화를 걸어와 ‘보위부에 끌려가 아빠가 남한 재판에서 공화국 위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하자, 1월14일 항소심 재판부에 “증언 유출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냈다. 이후 2월14일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재판부에 낸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ㄱ씨는 이 무렵부터 국정원 직원한테서 ‘탄원서를 내게 된 경위를 <동아일보>와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ㄱ씨는 실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지만 신분 노출을 우려해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국정원이 2월 하순까지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노출’을 우려해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탄원서 제출 사실은 4월1일 <문화일보>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ㄱ씨 주장대로라면, 법정에서 증언한 뒤 북한에 있는 딸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국내 언론에 알리도록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문화일보 보도의 배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ㄱ씨는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탄원서 유출자가 국정원일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언론 인터뷰 주선과 문화일보 유출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비공개 법정 증언이 북한에 알려진 경위, 탄원서 제출 사실과 그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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