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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고양이는 왜 캣닙을 얼굴과 몸에 문지르나

등록 2021-01-21 11:00수정 2021-01-21 11:09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모르핀 유사 효과, 중독성은 없어…모기 퇴치 효과도
개다래에 취한 고양이. 모기에 취약한 사냥 행동을 보완하는 자가치료 행동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미야자키 마사오, 우에노야마 레이코 제공.
개다래에 취한 고양이. 모기에 취약한 사냥 행동을 보완하는 자가치료 행동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미야자키 마사오, 우에노야마 레이코 제공.

개박하(캣닙)나 개다래 냄새를 맡은 고양이는 마치 마약에 취한 듯 행복에 겨운 행동을 보인다. 이런 행동은 모기 등 해충을 쫓기 위한 자가치료 수단으로 진화했으며 모르핀 유사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꿀풀과 식물인 개박하와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다래나무과 덩굴식물인 개다래는 곤충 등 초식동물과 미생물 감염을 막기 위해 방어물질을 낸다. 이 휘발성 물질을 냄새 맡은 고양이는 잎이나 말린 가루를 핥고 씹다가 얼굴과 머리에 문지르고 나중에는 그 위에 구르며 몸에 묻힌다. 고양이는 물론 같은 고양이과의 표범, 스라소니 등 야생동물도 이런 행동을 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
개다래에서 추출한 네페탈락톨을 묻힌 여과지에 취해 드러누운 고양이. 모르핀 유사 효과를 내지만 중독성은 없다. 미야자키 마사오, 우에노야마 레이코 동영상 갈무리.
개다래에서 추출한 네페탈락톨을 묻힌 여과지에 취해 드러누운 고양이. 모르핀 유사 효과를 내지만 중독성은 없다. 미야자키 마사오, 우에노야마 레이코 동영상 갈무리.

우에노야마 레이코 일본 이와테 대학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 식물이 사람에게 보상과 도취감을 일으키는 모르핀 유사 효과를 고양이에 내며 그런 행동이 출현한 동기는 모기 등 해충을 퇴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개박하보다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밝혀진 개다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양이는 왜 캣닙에 취할까). 그 결과 고양이에 황홀경을 선사하는 개다래의 주요 성분은 ‘네페탈락톨’로 밝혀졌다. 개박하(캣닙)의 주성분인 네페탈락톤과 유사하지만 다른 물질이다.

개박하(캣닙)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는 개다래.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개다래가 곤충 등을 막기 위해 분비하는 방어물질 가운데 네페탈락톨이 포함된다. 조홍섭 기자
개박하(캣닙)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는 개다래.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개다래가 곤충 등을 막기 위해 분비하는 방어물질 가운데 네페탈락톨이 포함된다. 조홍섭 기자

연구자들은 실험에서 집고양이 25마리 가운데 18마리, 길고양이 30마리 중 17마리, 동물원의 고양이과 야생동물인 아무르표범, 재규어, 스라소니 모두가 네페탈락톨을 묻힌 여과지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개와 쥐는 이 화학물질에 전혀 무관심했다.

캣닙 냄새를 맡은 고양이는 마약을 흡입한 것과 같은 극도의 행복감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사람이 마취 등 통증 완화에 간여하는 모르핀 유사 효과가 고양이에도 나타나는지 알아봤다.

고양이에게 개다래를 주기 5분 전과 5분 뒤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네페탈락톨에 노출했을 때만 혈액 속 엔도르핀 농도가 상승하는 것을 발견했다. 뇌 속에 엔도르핀 분비가 늘어나면 유사 모르핀 효과가 나타나 고양이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개다래에 얼굴을 문지르고 몸을 굴린다. 연구자들이 모르핀 유사 효과를 막는 약물을 투여하자 이런 행동은 바로 멈췄다.

개다래의 작동 메커니즘. 개다래의 네페탈락톨 성분을 냄새 맡은 고양이의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해 얼굴을 비비고 몸을 굴리는 ‘중독’ 반응을 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모기 퇴치 효과를 거둔다. 우에노야마 외 (2021)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박하나 개다래의 생리활성물질에 자주 접촉하면 모르핀처럼 고양이도 중독될까. 연구자들은 “혈관으로 주입된 모르핀이 뇌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는 반면 냄새로 흡입한 네페탈락톨은 몸속에서 이미 만들어진 엔도르핀을 늘리는 것이어서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개다래를 사람들이 모기 쫓는 데 이용하는 데 착안해 실험한 결과 개다래 성분을 바른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견줘 흰줄숲모기에 물리는 비율이 절반에 그쳤다. 연구자들은 “털이 적어 모기에 취약한 눈꺼풀, 귀, 코, 배 등에 개다래를 묻히면 모기를 퇴치하는 효과를 거둔다”며 “다른 종 모기나 흡혈 곤충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약용성분을 이용해 기생충이나 해충, 감염을 막는 행동은 널리 알려져 있다(▶왜 초파리는 술 찾고, 참새는 담배꽁초 줍나). 꼬리감는원숭이는 살충 성분이 든 노래기를 몸에 문질러 모기를 쫓고 참새는 담배꽁초로 둥지를 만들어 니코틴의 살균 효과를 노린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과 동물은 사냥할 때 숲 속에서 살금살금 쫓고 꼼짝 않고 잠복하기 때문에 모기 공격에 취약한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개다래나 개박하의 모기 퇴치 효과를 얻는 쪽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d913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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