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임신하는 수컷’ 해마, 사람처럼 태반도 생긴다

등록 2021-09-30 14:58수정 2021-09-30 15:35

[애니멀피플]
주머니, 태아 성장시키는 태반 구실 확인
육아낭 내막 두꺼워지고 실핏줄 많아져
배아에 산소·양분 공급 이산화탄소·노폐물 제거
큰배해마 수컷이 주머니에 물을 가득 넣고 암컷에 구애하고 있다. 암컷이 주머니에 알을 낳으면 배반 비슷한 조직이 발달한다. 킴벌라이트 맥과이어, ‘컨버세이션’ 제공.
큰배해마 수컷이 주머니에 물을 가득 넣고 암컷에 구애하고 있다. 암컷이 주머니에 알을 낳으면 배반 비슷한 조직이 발달한다. 킴벌라이트 맥과이어, ‘컨버세이션’ 제공.

해마는 물고기의 일종이지만 척추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해마 수컷의 주머니가 암컷이 낳은 알을 단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태반처럼 태아가 자라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시카 더들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진화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태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큰배해마 수컷이 임신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주머니(보육낭)의 해부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한 결과 “사람처럼 복잡한 태반이 주머니 속에 발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신한 큰배해마 수컷의 보육낭 단면도. 배아(검은 점)가 자라면서 주머니 안쪽 막이 부풀어 오르고 여기에 혈관이 발달해 배아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수거한다. 제시카 더들리 외 (2021) ‘태반’ 제공.
임신한 큰배해마 수컷의 보육낭 단면도. 배아(검은 점)가 자라면서 주머니 안쪽 막이 부풀어 오르고 여기에 혈관이 발달해 배아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수거한다. 제시카 더들리 외 (2021) ‘태반’ 제공.

이 해마는 호주와 뉴질랜드 연안에 서식하는 길이 35㎝에 이르는 대형 해마로 수컷의 배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 있다. 수컷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만나면 주머니를 부풀리며 구애한다.

암컷이 허락하면 서로 꼬리를 감고 춤을 춘 뒤 바다 표면에 올라와 마주 선 자세로 암컷의 알을 수컷의 보육낭 속에 받아들인다. 수컷은 30일의 임신 기간 뒤 1000마리에 이르는 새끼를 주머니에서 직접 바다로 내보낸다.

연구자들은 임신과 함께 완전히 닫히는 수컷의 주머니 속에서 새끼들이 어떻게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지 주목했다. 배아가 자라면서 점점 산소가 많이 필요하지만 호흡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가 산소보다 물에 더 잘 녹기 때문에 주머니 속은 산소부족 상태가 될 것이다.

주머니를 배아로 가득 채운 수컷 큰배해마. 한 번에 100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아론 구스타프슨, ‘컨버세이션’ 제공.
주머니를 배아로 가득 채운 수컷 큰배해마. 한 번에 100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아론 구스타프슨, ‘컨버세이션’ 제공.

새들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알을 낳는 동물은 껍데기 속 칼슘 성분을 배아가 흡수해 골격을 만드는 데 쓰면서 껍데기 표면의 구멍이 점점 커져 환기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은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 내벽에 태반이 형성돼 모체의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조사 결과 해마의 주머니 속에서도 사람의 자궁 속에서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알에서 깨어난 배아가 자라면서 주머니 안쪽 막은 점점 두꺼워지고 배아를 감싸 안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 실핏줄이 잔뜩 생기고 어미와 배아 사이의 조직이 얇아져 공기순환이 원활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임신한 수컷 해마와 암컷 척추동물은 몸속에서 배아를 키우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를 수렴진화의 사례로 설명했다. 물고기와 포유동물이 진화적으로는 거리가 멀지만 난생이 아닌 태생을 하기 위해 비슷한 방식으로 적응했다는 얘기다.

윌리엄 굴드가 1832년 그린 큰배해마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윌리엄 굴드가 1832년 그린 큰배해마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마 이외에도 호주의 뾰족코상어는 임신 기간 태반이 발달하고 새끼와 어미가 탯줄로 연결된다. 또 태생하는 일부 도마뱀에서도 태반이 형성돼 배아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용 논문: Placenta, DOI: 10.1016/j.placenta.2021.09.0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