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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 펭귄은 거울 속 ‘나’를 알아보았다…펭귄 중 처음

등록 2023-01-02 11:34수정 2023-01-03 00:53

[애니멀피플]
남극 아델리펭귄 대상 실험서 거울서 자기 모습 확인 행동 보여
거울 시험 마지막 관문은 통과 못 해…‘부분적 자기 인지 능력’ 확인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델리펭귄. 팔이나 머리를 휘두르면서 거울에 눈을 떼지 못했지만 쪼거나 거울 뒤로 돌아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델리펭귄. 팔이나 머리를 휘두르면서 거울에 눈을 떼지 못했지만 쪼거나 거울 뒤로 돌아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인지 아는 것은 동물이 자기 인식 능력을 지녔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지금까지 침팬지 등 유인원을 비롯해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 일부 조류 그리고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청소 물고기가 ‘거울 시험’을 통과해 이런 능력을 인정받았다.

펭귄 가운데 처음으로 아델리펭귄이 부분적으로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아닌디야 신하 인도 국립 고등연구원 동물행동학자 등은 출판 이전의 온라인 논문공유 서버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2020년 1∼2월 인도의 남극 하계 원정대가 수행한 실험으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남극대륙에만 서식하는 아델리펭귄은 중형으로 황제펭귄과 함께 가장 남쪽에 분포하는 펭귄이다. 앤드루 시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극대륙에만 서식하는 아델리펭귄은 중형으로 황제펭귄과 함께 가장 남쪽에 분포하는 펭귄이다. 앤드루 시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아델리펭귄 3500마리가 번식하는 남극 동부 스벤너 섬을 실험 장소로 골랐다. 서식지 근처에 가로 24㎝ 세로 36㎝의 거울을 세우자 많은 펭귄이 몰려들었다. 아델리펭귄은 호기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12마리로 이뤄진 펭귄 무리의 반응을 알아본 첫 실험에서 펭귄들은 거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자코 들여다보았지만 거울을 건드리거나 거울 뒤로 돌아가 보지는 않았다. 다른 무리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거울 앞에서 보낸 시간은 11∼16분이었다.

판지로 막은 통로에서 개별적인 반응을 알아본 실험이 이어졌다. 펭귄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세히 탐색했다. 머리나 팔 등을 여러 차례 휘둘러 보기도 했다.

거울 시험은 남극 동부 스벤너 섬의 야생 서식지에서 이뤄졌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거울 시험은 남극 동부 스벤너 섬의 야생 서식지에서 이뤄졌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연구자들은 “놀랍게도 이런 행동을 하는 동안 펭귄은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거울에 비친 펭귄에 다가서거나 공격하려고 하지 않아 거울에 비친 모습이 다른 펭귄 개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자연 서식지의 펭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펭귄의 얼굴이나 상반신을 비추는 거울 부분을 스티커로 가리고 펭귄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이전과는 뚜렷하게 다른 반응이 나왔다. 펭귄은 격렬한 몸짓으로 스티커를 떼어내려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을 “거울에서 조금 전 보던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욕구에서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며 “거울에서 자기 얼굴이 사라지자 불안감을 표현한 것은 자기 인지 능력을 보인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얼굴 부위가 비치지 않도록 거울에 붙인 스티커를 펭귄이 쪼며 떼어내려 하고 있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얼굴 부위가 비치지 않도록 거울에 붙인 스티커를 펭귄이 쪼며 떼어내려 하고 있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 외 (2022)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그러나 거울 시험의 마지막 관문을 넘지는 못했다. 자신은 볼 수 없는 목 뒤 등에 표지를 한 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표지를 제거하려고 시도한다면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펭귄은 목에 두른 색채 턱받이에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일련의 실험 결과 아델리펭귄이 부분적으로 자기 인지 능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능력은 무리생활을 하면서 개체별로 결정을 내리면서 협동을 해야 하는 사회적 필요에서 진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델리펭귄은 남극대륙을 벗어나지 않으며 황제펭귄과 함께 지구의 가장 남쪽에서 사는 펭귄이다. 연구자들은 “집단 번식지에서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삶을 살기 위해 아델리펭귄은 자기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과 주관적인 자기 인지 능력을 지니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델리펭귄의 집단 번식지. 복잡한 사회활동이 벌어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델리펭귄의 집단 번식지. 복잡한 사회활동이 벌어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거울 시험 통과 여부만으로 인지 능력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2019년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거울 테스트가 동물의 자기 인식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동물이 살아가려면 자아 개념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어떤 단계에서 일시에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양파껍질처럼 한 켜씩 발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2.11.04.51526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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